대선 공약으로 의료 개혁을 내세웠던 오바마 대통령은 현재 이 공약을 실현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의료 개혁 법안의 핵심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의료보험을 도입해 민영 의료보험에 맞서는 공공 의료 체계를 갖추고 정부가 적극적으로 의료시장에 개입해 기존의 고비용·저효율 의료서비스 공급 구조를 전면적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미국은 2007년 기준으로 국내 총생산의 18%에 이르는 막대한 비용을 의료비로 지출하고 있다. 이 비용은 매년 급속도로 증가하는 추세로 과도한 의료비를 가계와 기업이 부담해야 하므로 향후 국가의 성장 전략에도 치명적으로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 의료 개혁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의료개혁 방법론으로 오바마 정부는 IT시스템 도입을 통해 비용 절감 및 의료 서비스 효율성 제고를 목표로 하고 있다. 향후 5년간 100억달러를 투자해 모든 병·의원에 전자의무기록(Electronic Medical Records)을 도입, 진료업무의 효율화를 도모하고 비용 상승 요소를 제거할 뿐만 아니라 의료 서비스가 부족한 지역에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u헬스 사업을 확대할 방침이다.
한편 우리나라도 고령화 및 생활양식 변화로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노인성 질환과 암·고혈압·당뇨 등과 같은 만성질환이 급증하고 있어 국민의 의료비 부담이 점차 증가하는 실정이다. 이렇듯 의료비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현실에도 불구하고, 현재와 같은 의료 환경으로는 국민의 질 높은 의료 수요를 충족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으로 판단해 우리 정부도 민영의료보험, 영리법인 설립 등의 정책을 통해 의료 산업 선진화를 위한 과감한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두 나라 모두 의료산업의 변화에 대한 강력한 의지는 같으나 개혁 추진 과정에서 IT 역할에 차이점이 있어 미국 사례에 비추어 두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첫째, 미국은 환자들에 대한 의료 서비스 질 및 비용 구조 개선을 위해 EMR를 인프라로 생각하고, EMR 도입 의료기관에 4만달러를 지원하는 등 일련의 인프라 구축에 정부가 직접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EMR 도입을 전적으로 의료기관 자체 투자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나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대부분의 의료보험을 공적으로 운영하고 있고, 진료 행위의 결과로 생성된 데이터 소유권이 누구에게 있는지 등이 이슈화되고 있는 현실에서 정부의 더욱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한 시점인데도 말이다. 정부의 의료기관 직접 투자는 어렵다고 하더라도 정보화가 모든 의료 개혁의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EMR시스템의 조기 정착을 위해 EMR를 의료보험 수가에 반영해 보급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EMR 도입으로 차트 관리 업무가 63.4% 감소됐고, 재원 일수가 15.2% 감소됐다는 연구 결과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EMR는 진료의 질이 향상되었을 뿐만 아니라 의료비용의 구조 개선에도 크게 기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의료영상저장전송시스템인 PACS(Picture Archiving Communication System)에 의료보험 수가를 적용한 경험이 있고, 나아가 이로써 PACS 보급 및 우리나라 의료기관 정보화의 한 단계 진보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 않은가.
둘째, 해외환자 유치사업에 IT를 접목하는 것이다. 지난 5월부터 해외 의료관광이 본격화됐다. 의료 개방화에 대한 수동적인 자세가 아니라 세계시장에서 의료산업을 서비스 산업으로 육성해 적극적으로 경쟁하겠다는 측면에서 매우 시기적절한 것으로 사료된다. 지난 2006년 태국이 해외 의료 환자를 150만명 유치한 것에 비해 우리나라는 작년 기준으로 태국의 100분의 1 수준인 1만6000명가량 유치한 것을 보아도 이 시장이 얼마나 큰 잠재력이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의료 서비스 부족 지역에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미국의 u헬스를 우리나라는 이 분야에 유용하게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해외 잠재 고객을 초기 진료 상담, 문진 등으로 국내에 유치하고 의료 서비스 후 지속적인 관리를 위해 u헬스케어의 다양한 기술과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 의료개혁 중심에 IT가 있음을 바라보면서 의료 산업 선진화를 목표로 하는 우리도 IT를 비용으로 이해할 것이 아니라 의료산업 변화를 주도하는 인프라라는 투자 개념으로 인식해야 하며, 또 이러한 변화를 주도해 나가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전진옥 비트컴퓨터 대표이사 jojeon@bi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