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SW) 산업이 제대로 국가를 이끄는 지식산업으로 변모하려면 지식에 대한 정당한 대우가 뒷받침돼야 합니다.”
김진형 KAIST 교수는 우리나라 SW산업을 저해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지식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치르지 않는 사회 관행을 꼽았다. 허술하고 불명확한 발주자의 요구와 마구잡이식 개발관행, 지식 컨설팅 산업이 자리를 못 잡는 것, 개발자들이 SW산업을 떠나고 대학생들이 이공계를 기피하는 이유가 다 이곳에 있다는 것이다.
그는 “지식을 프로그램으로 구체화하는 SW나 지식을 말이나 문서로 전달하는 컨설팅에 대한 가치를 왜 제대로 인정하지 않습니까”라고 반문했다. 시인이나 사진가, 화가 등 보이는 콘텐츠의 저작권은 인정하면서도 개발자가 만든 SW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용역을 줘서 개발한 하나의 완성체인 프로그램에는 개발자만의 개발도구, SW 모듈 등 다양한 개발 프레임워크가 사용됐다며 이를 지식재산권으로 인정하고 이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지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지식산업인 SW의 경쟁력 없이는 우리의 전통산업인 제조업도 위태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김 교수는 “이명박 정부 들어 IT와 타 산업 간 융합을 외치는데, 전방산업인 SW의 힘을 길러야 융합이 성공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전문가가 참여하지 않는 정부의 돈과 규제만을 앞세운 정책도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정부가 발주자로서 하도급심의위원회, 과업변경심의위원회 등에서 갑을 관계를 규제하고 산업 육성에 돈을 쏟아붓지만 정작 산업발전에 제대로 쓰인 사례가 없다”며 “새로운 정책 입안과 발주 때 진정한 IT 전문가가 참여해야 수박 겉핥기 식의 발주관행과 정책입안이 사라진다”고 힘줘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