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알받이처럼 방패막이를 해야 하고 샌드백처럼 쥐어터져야 하는 일이 고객 응대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고객 응대 핵심 과제가 고객 만족이 아니라 화가 난 고객을 조기에 입막음하는 일이라는 점은 공공연한 사실이기도 하다.
고객 응대 직원은 산업재해도 많다. 하루종일 서서 고객 대기하느라 다리에는 실핏줄이 터지고, 몰리는 고객 응대하느라 화장실도 못 가서 방광염이 생긴다. 콜센터 상담원은 하루 5시간 이상을 꼬박 앉아서 전화를 받다보니 성대결절에 턱관절까지 만만치 않은 마음 고생, 몸 고생이다. 사무실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간혹 따분한 오후에는 ‘사다리 타기’를 해서 아이스크림도 사다 먹고 개인적인 은행일 보느라 점심시간을 초과하는 일도 있다. 하지만 고객 응대 직원은 칼같이 제시간을 맞춰야 한다. 고객을 대기하며 맥놓고 서있을지언정 자신만의 쉴 공간과 시간은 언제나 고객보다 뒷전으로 밀린다. 감옥살이 못지않게 직장살이가 힘들다.
고객이 중요하다고 말은 하면서 매출과 처리 건수만 집계하는 조직의 이중적인 잣대에 직원들은 점점 냉소적으로 변한다. 그래도 여전히 고객에게는 웃고 싶지 않아도 웃어야 하고 무엇이 죄송한지 모르면서 사과를 해야 한다. 이런 감정 불일치는 엄청난 에너지가 소모된다.
슬픈데 기쁜 척하거나 기쁜데 슬픈 척하는 일을 해 본 사람은 알 것이다. 겉으로 보여야 하는 감정과 실제 감정이 다르면 우울증이나 대인기피증·공황장애 등으로 확대된다. 내 잘못도 아닌데 이유 없이 욕을 들어야 하고 납득할 수 없는데 사과를 해야 하는 일은 가슴에 구멍이 나고 마음에 멍이 드는 버겁고도 고달픈 일이다. 고객 만족을 주창하기 전에 내부 고객을 되돌아보자. 고객을 만족시킬 직원들이 얼마나 병이 들고 있는지, 얼마나 앓고 있는지 되짚어보는 일이 선행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