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운로드 15억건을 돌파한 애플의 앱스토어에 독립 개발자와 공룡 게임업체들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돈냄새를 맡은 거대 게임업체들이 아이폰·아이팟 터치용 게임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이다.
16일 로이터는 앱스토어에서 거대 게임업체 진영과 독립개발자 진영의 대접전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애플의 앱스토어에서 가장 잘 나가는 부분은 역시 게임이다. 등록된 6만5000개의 애플리케이션 중 1만3000개가 게임이다. 앱스토어가 당초 ‘독립 개발자들의 천국’으로 알려진 것처럼 개인이나 개인에서 시작한 신생 업체가 만든 게임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애플리케이션의 숫자가 많은 것은 그만큼 게임이 잘 팔린다는 이야기지만 만 개가 넘는 게임 가운데 대박을 터뜨리려면 경쟁이 치열할 수 밖에 없다.
무엇보다 게임을 알리는 것이 쉽지 않다. 앱스토어에서는 애플이 사이트 전면에 알려주는 ‘인기 다운로드 랭킹’에 노출되는 것이 성공의 지름길이다. 노출 빈도가 잦은 유명 게임에 사람들이 몰리기 때문이다.
◇대형 게임업체들 앱스토어 눈독=일렉트로닉아츠(EA)·게임로프트·글루 모바일 등 거대 게임업체들은 자본력과 인지도, 개발력을 앞세워 진격하고 있다.
벤처캐피탈 라이트스피드벤처파트너스의 제레미 류 이사는 “현재까지는 독립개발자들이 유명 게임 대부분을 만들었지만 이제 거대 게임업체의 반격이 예상된다”며 “순위에 노출돼야 유명세를 탈 수 있는 한 자금력이 풍부한 게임업체들이 수혜를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조사업체 몹클릭스(Mobclix)의 창업자 크리슈나 섭라마니안도 “마케팅 예산이 많은 거대 게임업체들은 다운로드 랭킹이 내려가면 광고에 돈을 쏟아부어 순위를 올릴 수 있다”며 게임업체 진영에 손을 들어줬다.
아담 수스만 EA 모바일 부문 부사장은 앱스토어의 진입 장벽은 낮지만 중요한 것은 ‘접근성과 검색 용이성’이라고 말했다. 지난 6월 앱스토어에 대작 게임 ‘심스’를 9.99달러에 출시했을 때 이 게임은 18시간만에 다운로드 랭킹 1위에 올랐다. 업계는 게임의 인지도와 EA의 마케팅이 만든 승리라고 분석했다.
게임 개발에 투자하는 비용도 대단하다. 글루모바일은 게임 하나에 20만∼30만달러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독립개발자들이 범접하기 어려운 수치다. 그렉 발라드 글루모바일 CEO는 “하나의 게임이 나온 뒤 곧바로 후속작이 나와줘야 브랜드를 유지할 수 있다”며 “독립개발자들이 한번 성공할 수는 있겠지만 후속 작품으로 성공을 이어가는 것은 어렵다”고 평했다.
◇독립 개발자들 가격 및 속도전으로 승부=하지만 독립 개발자 진영도 만만치는 않다. 독립개발자에서 시작, 인기 게임을 개발해 브랜드 인지도를 쌓아 온 엔지모코(ngmoco)·디지털초콜렛·태퓰러스(Tapulous) 같은 신생 업체에는 벤처투자가들의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유명 벤처캐피탈인 클라이너퍼킨스는 앱스토어에서 활약하는 업체들에 투자하기 위해 조성한 1억달러의 기금 ‘아이펀드(iFund)’를 조성했다. 엔지모코가 이 기금의 일부를 투자받기도 했다. ‘탭 탭 리벤지(Tap Tap Revenge)’로 앱스토어에서 1000만명의 사용자를 확보한 태퓰러스도 최근 앤젤투자가로부터 상당한 투자를 받았다.
독립개발자들은 또한 공짜 또는 99센트의 저렴한 비용을 내세워 다운로드 순위를 늘리기도 한다. 한 조사에 따르면 아이폰·아이팟 터치 사용자들이 유료 게임 구입에 지불한 평균 가격은 1.79달러다. 바트 데크렘 태퓰러스 CEO는 “독립개발자, 신생업체들은 시장 정세에 빨라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며 “유통 채널과 인지도를 확보하면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차윤주기자 chayj@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