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브라더(Big brother)가 강림했다(?)’
아마존이 조지 오웰의 인기 소설 ‘1984’ ‘동물농장’을 개인이 사용하고 있는 아마존 e북 단말기 ‘킨들’에서 강제 삭제했다. 개별 소비자가 책을 구매해 저장해둔 단말기에서 콘텐츠를 원격으로 삭제한 아마존의 돌출 행동에 사용자들이 분통을 터뜨렸다고 20일 뉴욕타임스 등 외신이 전했다.
아마존은 두 소설을 돌연 삭제한 배경으로 저작권 문제를 들었다. 드류 허드너 아마존 대변인은 “조지 오웰의 소설 저작권자로부터 두 소설의 e북이 불법 저작물이라는 통보를 받고, 아마존의 장터와 킨들에서 콘텐츠를 지우게 됐다”고 밝혔다. 아마존은 소설을 삭제하면서 구입 비용을 즉시 환불해줬다.
하지만 특별한 공지없이 아마존이 멋대로 킨들에서 콘텐츠를 삭제했다는 데 소비자들은 분개하고 있다. 소비자에게 판 물건에 법적인 흠결이 있다고 해서 돈을 내고 구입한 물건을 판매자가 빼앗아 갈 권리가 있냐는 물음이다.
더욱이 아마존이 제시한 약관에는 아마존은 e북 구매자에게 ‘디지털로 이용할 수 있는 영구적인 판본을 제공한다’고 쓰여있다. 킨들 사용자의 e북 콘텐츠를 마음대로 삭제할 수 있다는 조항이 없다.
공교롭게도 아마존은 삭제된 소설 1984에 등장하는 감시자 ‘빅 브라더’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드류 허드너 대변인은 “현재 시스템을 바꾸고 있으며, 다음에도 이같은 상황이 생길 경우 소비자의 기기에서 책을 지우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아마존의 ‘내 맘대로 킨들 콘텐츠 삭제’는 처음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사건이 알려지면서, 전에도 아마존이 베스트셀러 ‘해리 포터’와 미국 소설가 ‘아인 랜드’의 책을 삭제한 적이 있다는 킨들 사용자들의 증언이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속속 제기됐다.
브루스 슈나이더 브리티시텔레콤 최고보안기술책임자는 “킨들 사용자로서 아마존에 매우 실망스럽다”며 “이는 아마존의 e북을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작은 권리를 갖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아마존에서 구매한 e북은 누군가에게 빌려줄 수도, 중고 시장에 되팔 수도 없어 불편을 느껴왔는데, 이제는 이미 구매한 책이 내일이면 없을지도 모른다는 걱정까지 해야한다”고 비판했다.
아마존의 e북 단말기 킨들은 업계와 소비자의 대단한 관심을 끌고 있지만, 크고 작은 구설수에 끊임없이 오르내리고 있다.
지난 주에는 킨들 사용자가 아마존을 대상으로 손해배상액 500만달러에 달하는 소송을 냈다. 소송인 매튜 가이스는 아마존이 킨들의 액세서리로 30달러에 팔고 있는 보호 케이스가 오히려 킨들의 액정을 고장낸다며 소를 제기했다. 아마존은 소송이 제기되기 전에는 이 문제를 소비자의 과실 탓으로 책임을 돌렸지만, 소송이 제기된 후 해당 사례에 대해 무상 수리해 줄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마존의 무상 수리 결정에도 소송인은 소를 취하하지 않을 예정이다. 아마존은 현재 진행 중인 소송에 대해서는 논평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차윤주기자 chayj@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