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정보화 예산이 대폭 줄어들 전망이다. 정부 각 부처가 최근 기획재정부에 요구한 내년 정보화 예산 신청액이 지난해보다 오히려 1.6%가량 줄었다고 한다. 전체 예산 신청액이 8%가량 늘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수치는 씁쓸함을 더해준다.
금액으로 보면 정부 각 부처는 2조6545억원의 내년 정보화 예산을 신청했다. 전년 정보화 예산 신청액은 2조7000억원이었다.
기획재정부 심사과정에서 대부분 삭감 절차를 밟는다는 것을 고려하면 대폭 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것은 상식이다. 올해 4대 강 살리기에 22조원가량의 대규모 예산을 편성한 상황이어서 내년 긴축재정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현 정부의 정보화에 대한 인식을 단적으로 드러내주는 대목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 같은 상황에 전자정부 사업의 효율화를 강조하는 기조가 유지되면서 신규사업을 새롭게 기획하기보다 기존 사업 중심의 소극적 태도를 꼽고 있는 실정이다.
어디 이뿐인가. 정부는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방편으로 추진해오던 정보화지원사업 예산을 약 16% 삭감하기로 했다. 중소기업 최우선 육성 운운하던 정부 당국자들의 화려한 입담을 무색하게 한다.
대통령이 지시한 상황도 제대로 먹혀들지 않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4월 25일 IT업계 관계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청와대에 IT컨트롤타워(IT특보)를 신설하겠다고 했으나 3개월이 다 된 현재 인선조차 못하고 있다.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가 녹색성장을 국가 어젠다로 채택했으면서도 이의 기반이 될 디지털산업을 홀대한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오죽하면 토목건설 중심의 ‘삽질 경제’라는 용어까지 등장했겠는가. 정부는 이제라도 특정산업 홀대론이 더 이상 나오지 않도록 더욱 세심한 정책적 배려와 실질적 지원을 강구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