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e교과서, 태풍일까 미풍일까

美 e교과서, 태풍일까 미풍일까

 올 하반기 미국 내 수십개 학교에서 e교과서가 대대적으로 보급될 예정인 가운데 교과서 시장에 판도변화를 가져올지 아니면 시기상조의 한낱 유행에 머물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아마존·소니 등 대표적 e북 리더 업체들이 e북의 장점을 부각시키며 공격적으로 교육 시장 공략에 나섰지만 교육 전문가들과 학생들은 여전히 e교과서의 한계가 적지 않다는 반응이다.

 e북 리더 업체들과 출판업계는 거대 시장인 e교과서의 성공 여부가 올 가을께 판가름날 것으로 예측했다.

 ◇아마존·소니, 잰걸음=미 캘리포니아주에서는 이미 2007년부터 일부 초등학교에서 PC를 통해 보는 디지털 교과서가 도입됐고 호응도도 높은 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교육계와 출판업계가 올 하반기를 e교과서 확산을 위한 분수령으로 보는 것은 아마존·소니 등 e리더 업체들이 본격적으로 학교에 e리더를 공급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아마존은 신형 ‘킨들DX’를 올 가을 학기부터 프린스턴대학을 비롯한 7개 대학 수백명의 학생에게 e교과서 시범 서비스용으로 공급한다. 아널드 슈워제네거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올 가을부터 중등학교 교사들에게 20여종의 무료 수학·과학용 e교과서를 배포하기로 하는 등 가장 적극적 행보를 보였다.

 e교과서 옹호 진영은 e교과서가 무거운 교과서를 가지고 다녀야 하는 학생들의 불편함을 해소해줄 뿐만 아니라 가격도 종이책보다 저렴한 데다 사용자 친화적이라고 강조했다.

 ◇가까이 하기엔 아직 먼 e교과서=하지만 e교과서 도입이 확산되면서 이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한층 커졌다. 교육 전문가들은 e리더의 가격을 고려하면 가격적인 매력이 떨어진다고 주장한다.

 아마존의 킨들DX는 489달러다. 게다가 콘텐츠 가격도 비싼 편이다. 대표적인 생물학 교과서는 킨들 버전과 소니 e북리더 버전이 각각 65달러, 66달러며 180일 한정 구독할 경우 49달러다. 종이 교과서 가격인 72달러와 별 차이가 없다.

 무엇보다 여전히 학생들은 e리더를 ‘낯선 도구’로 인식한다. 시카고 소재 학생공공이익연구그룹(PIRG)이 504개 대학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75%의 응답자가 여전히 디지털 교과서보다 기존 종이책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갈 길 먼 e교과서=아이러니하게도 지난해 교육연구 그룹인 프로젝트투모로가 학생들에게 ‘디지털 교과서에서 가장 중요한 기능’을 질문한 결과, 대다수가 ‘퀴즈’나 ‘동영상’ 같은 양방향 기능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디지털 교과서 전용 e북 리더 중 이러한 기능을 제공하는 기기는 없다. 필기나 중요 부분을 강조하는 기능이 없는 초창기 e북 리더가 학생들로부터 불만을 샀음은 물론이다.

 펜스테이트주립대학 도서관의 마이크 퍼로우 부학장은 “현재의 e북 리더는 해변이나 비행기에서 사용하기에 안성맞춤이지만 교육 환경에는 아직 불충분하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소니는 최신 모델인 ‘리더700’에 노트 필기와 강조 기능을 추가, 디지털 교과서 시장 본격 공략의 각오를 다졌다. 노스웨스트미주리주는 넷북에서 인식 가능한 e교과서를 구매함으로써 교육 효과를 높이는 보완책을 선택했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