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코-HP, 영상회의 시장서 `대립각`

시스코-HP, 영상회의 시장서 `대립각`

 불황으로 원격 영상회의 솔루션인 ‘텔레프레즌스(Telepresence)’ 시장이 주목받는 가운데 오랜 협력관계를 유지해온 시스코시스템스와 HP가 이 분야에서 앙숙으로 돌변했다.

 22일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텔레프레즌스 시장에서 양사가 고객 뺏어오기 경쟁을 치열하게 벌이면서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텔레프레즌스는 원격으로 영상회의를 할 수 있는 솔루션으로, 경기 침체로 해외 출장비를 줄이려는 기업들 사이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웨인하우스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대형 멀티스크린 텔레프레즌스 시장 규모는 연간 5억달러에 불과하지만 1년 전에 비해 30%가 성장했을 정도로 유망한 분야다.

 외신은 이에 따라 최근까지 HP의 백오피스 컴퓨터 시스템과 시스코시스템스의 네트워크 장비를 번들 공급하면서 라이벌이라기보다 동맹군이었던 양사가 서로 영상회의 고객을 뺏어오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전했다.

 지난달 시스코는 HP의 기존 텔레프레즌스 고객이었던 매리엇인터내셔널과 영상회의 솔루션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외신에 따르면 매리엇호텔은 HP가 솔루션당 12만달러에 서비스 요금 9900달러를 별도로 지급해야 하는 HP의 가격에 불만을 표시해왔으며 한층 저렴한 가격을 제시한 시스코로 등을 돌렸다.

 이에 대해 HP 측은 여전히 매리엇호텔과 영상회의 솔루션 분야에서 협상을 진행 중이며 영국 제약회사인 아스트라제네카, 캐논, 도시바 등 대형 기업들이 자사의 고객이라고 강조했다.

 요시 메슐램 HP 부사장은 “HP는 시스코와 경쟁해서 이기고 있다”고 응수했다.

 웨인하우스리서치는 1분기에 시스코가 전 세계 텔레프레즌스 시장의 67%를 차지, 전년 동기의 51%에서 대폭 성장했다고 발표했다. 반면 HP 점유율은 1년 전 11%에서 10%로 줄었다고 발표했다.

 이는 비록 HP가 기존 프린터 사업부에 속해있던 텔레프레즌스를 네트워킹 사업부로 옮기면서 각오를 다졌지만 시스코의 공격적 마케팅에는 한참 못 미치기 때문이라고 외신은 풀이했다.

 시스코는 블록버스터 영화 ‘트랜스포머’에 자사 텔레프레즌스 솔루션을 PPL로 배치하는 등 수백만달러를 이 분야에 쏟아부었다. 가격도 HP에 비해 저렴한 편이다.

 외신은 시스코 고가 시스템이 29만9000달러 선으로, HP의 34만9000달러보다 싸다고 전했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