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관련법이 수개월의 진통 끝에 22일 국회를 통과하면서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의 ‘미디어개편론’이 힘을 얻게 될 지 관심을 끌고 있다. 미디어법 통과는 여권의 강력한 의지가 바탕이 됐지만, 지난해 3월 취임 이후 일관되게 규제 완화와 미디어융합을 통해 국내 미디어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겠다고 밝힌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의 강력한 추진력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요인이기 때문이다.
실제 최 위원장은 실세 위원장의 ’방송 장악’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자 2008년 3월 인사청문회에서 “어떠한 일이 있어도 방송의 공공성과 중립성을 훼손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일축하면서도 “방송과 통신의 칸막이를 헐어 그 융합의 시너지로 국가 경제를 살리고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겠다”면서 미디어산업 재편이라는 화두를 던졌다.
지난 한 해 이를 두고 야당과 언론단체, 시민단체의 공격이 거셌고 심지어 ’사퇴’ 압박까지 몰아쳤지만, 뚝심으로 견뎌냈다.
올해 들어서 미디어산업 육성에 대한 최 위원장의 의지는 더욱 강력해졌다.
최 위원장은 지난 1월 방송통신인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올해는 미디어 빅뱅의 해가 될 것”이라고 선언한 뒤 “구시대의 유물인 매체 간 장벽을 과감히 허물고 창의적 아이디어와 능력 있는 사람은 누구든지 시장에 진입할 수 있게 해 미디어산업의 체질을 강화시켜 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미디어산업의 파이를 키우는 과정에서 새로운 일거리와 먹을거리를 찾을 수 있고 결국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미디어기업들이 출현할 수 있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30여년 전 만들어진 낡은 규제체제를 반드시 뜯어고쳐야만 한다는 것이 최 위원장의 생각이다.
이와 관련해 최 위원장은 “언론, 특히 방송은 공익성ㆍ공공성을 강조해왔지만 실제로는 산업성이 어떤 분야든 필연적인데 너무 경시해왔다. 어떠한 방법을 강구해서라도 파이를 키우고 그 파이를 가지고 선의의 경쟁을 하자는 것이 지향점”이라고 수차례 밝혀왔다.
최 위원장의 이러한 생각은 올해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선진국을 방문하면서 더욱 굳어진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2월 프랑스, 5월 미국을 방문한 최 위원장은 두 나라의 정책당국자와 글로벌 미디어그룹을 접하면서 규제완화와 산업육성에 대한 신념을 다졌다는 게 방통위 주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 과정에서 최 위원장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과 인프라를 가진 우리가 정책적 지체로 낙오된 것은 아닌지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며 미디어법 처리 지연에 대해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하지만 최 위원장의 확고한 의지에도 불구하고 미디어법 처리가 여야의 팽팽한 대립으로 수개월째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자 최 위원장은 국회에 대한 쓴소리를 아끼지 않으면서 압박에 들어가기도 했다.
최 위원장은 최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정부 얘기는 ‘모기소리’만치 나고 국회의원 목소리는 천금과 같은 현실적 한계가 있다”며 정쟁의 볼모가 된 현실을 지적하면서 “6월 국회에서는 이 문제가 진지한 토론을 거쳐 가결은 가결대로, 부결은 부결대로 결론나야만 우리가(정부가) 뭔가 할 수 있는 여건이 된다”고 말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규제완화를 통해 미디어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최 위원장의 일관된 생각이 이번 미디어법 통과로 빛을 보게 됐다”고 평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