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포럼] 북한보다 못한 IT인력 양성 정책

[통일포럼] 북한보다 못한 IT인력 양성 정책

 지난 7일 국내외 주요 웹사이트에 대대적인 분산서비스거부(DDoS) 공격이 있었던 ‘7·7 대란’이 일어났고 이의 배후로 북한을 지목하는 의견이 있었다. 7·7 대란의 배후가 북한이라고 단정할 수 있는 증거가 없는 가운데 국가정보원과 방송통신위원회 및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이를 계기로 북한의 IT 전문인력 양성체계를 살펴보고 남한과 비교해보고자 한다.

 대부분 사람들이 북한은 경제·사회·문화·정치 등 모든 면에서 남한보다 크게 뒤졌다고 생각한다. 나는 2004년부터 북한의 IT와 과학기술을 본격적으로 연구해 오면서 과학기술과 IT의 일부 분야에서는 남한이 북한에 뒤질 수 있으며 특히 IT 전문인력 양성 정책에서는 남한이 북한에 크게 뒤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몇 년 전 흥남과 함흥을 방문할 특별한 기회가 있었다. 흥남 부두의 큰 비료 공장은 가동을 중지한 지 오래돼 보이며, 거의 폐허 수준이었다. 북한에서 서너 번째로 큰 도시라는 함흥 시내에서는 몇 십년 된 낡은 차, 소달구지, 자전거가 지나다니고 있어 남한의 1960년대 또는 1970년대를 보는 것 같았다.

 겉으로 드러난 모습만 보면, 모든 면에서 북한이 남한을 따라올 수 없을 정도로 큰 격차가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장거리 미사일을 쏘아 올리는 것을 보거나 북한의 IT 전문가들과 회의를 하면서 느낀 점은 과학기술과 IT 일부 분야에서 남한이 북한에 뒤지지 않나 하는 우려가 된다. 특히 IT 전문인력 양성체계를 비교해 보면, 북한에서는 약 20년 전부터 체계적으로 IT 영재교육을 비롯해서 꾸준히 IT 전문인력을 키워오고 있는 반면에 남한에는 IT 전문인력 양성 정책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우선, 초등교육부터 비교해 보자. 북한에서는 초등학교 4학년인 10살 때부터 전국적으로 IT 영재를 선발해서 IT 조기 교육을 철저하게 시키고 있다. 북한의 IT 영재들이 받고 있는 IT 교육 수준은 남한의 중·고등학생들이 받고 있는 수준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남한은 어떤가. 영재교육을 한다지만 수학영재와 과학영재 교육에 치중하고 있으며, IT는 단순한 교양 교육만을 하고 있으며 IT 영재를 발굴하거나 키울 생각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 최고의 명문 중학교라고 하는 금성 제1중학교와 금성 제2중학교에 2001년부터 컴퓨터수재반이 설치돼 운영되고 있는 것을 비롯해 주요 지역의 명문 중학교에는 컴퓨터영재반이 설치돼 운영되고 있다. 이들이 배우는 과목은 ‘자료기지(북한에서는 데이터베이스를 자료기지라고 한다)’ ‘조작체계(북한에서는 운용체계(OS)를 조작체계라고 한다)’, 인공지능·리눅스·컴퓨터통신 등 남한의 대학 수준의 교육을 중·고등학생들이 받고 있다. 대학 교육에서도 외형만으로도 큰 격차가 있다. 북한에서는 10여년 전에 OO컴퓨터기술대학과 같은 IT를 전문적으로 교육하는 독립적인 IT특성화대학이 여러 곳 설립됐다. 남한에는 IT를 집중적으로 교육하는 IT에 특화한 별도의 대학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10년쯤 전에 북한 최고의 명문인 김일성종합대학와 북한의 MIT라 불리는 김책공업종합대학 등 많은 대학에서 컴퓨터 관련 학과를 통합해서 컴퓨터기술대학과 같이 단과대학으로 확대 개편했다. 반면에 남한에서는 컴퓨터학부가 있는 곳은 다수 있지만, 컴퓨터대학과 같은 단과대학이 있는 사례는 없거나 드문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 정부 당국은 남북한 간의 과학기술과 IT 수준을 면밀히 비교, 검토해봐야 하며, IT 인력양성에서는 북한을 벤치마킹할 필요도 있다. 북한과의 경쟁이 아니라 글로벌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가칭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만들어서 여러 곳에 흩어진 과학기술과 정보통신 분야를 모아서 일관되고 장기적인 관점의 정책을 펼칠 것을 강력히 주장한다.

문형남 숙명여자대학교 정책·산업대학원 교수 ebiztop@sookmyu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