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소재 세계 일류화를 위해] (1부-12) ②수소·연료전지

[부품소재 세계 일류화를 위해] (1부-12) ②수소·연료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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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료전지는 연료와 공기를 직접 전기화학 반응시켜 전기를 생산한다. 연료인 수소만 있으면 지속적인 발전이 가능해 분산형 전원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수소는 LNG 또는 부생가스에서 얻을 수 있다. 머지않은 미래에 석탄가스나 수소경제가 실현되면 직접 수소를 연료로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연료전지는 크게 용도에 따라 △가정용 △휴대용 △수송용 △발전용으로 나눠진다. 많은 투자가 필요한 만큼 대기업 위주로 개발이 진행 중이다.

 현재 가정용은 고분자전해질 연료전지(PEMFC)가 주를 이루며, 실증 단계다. GS퓨얼셀과 퓨얼셀파워가 개발을 끝내고 모니터링 중이다. PEMFC는 노트북PC나 휴대폰 등 휴대형 제품에도 사용된다. LG화학과 삼성전기 등이 개발하고 있다. 직접매탄올 연료전지(DMFC)는 최근 삼성SDI가 군사용으로 개발한 바 있다. 수송용도 PEMFC로 현대·기아차에서 맡아 개발하고 있다. 발전용은 포스코파워가 미국 퓨얼셀로부터 용융탄산염 연료전지(MCFC) 제조 기술을 이전받아 국산화를 진행 중이며, 차세대 기술인 고체산화물 연료전지(SOFC) 개발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다. 두산중공업도 MCFC 개발에 뛰어들었다. 삼성에버랜드는 미국 UTC와 인산형 연료전지(PAFC)의 국내 독점판매계약을 체결했으나 시장 상황에 따라 유동적인 입장이다.

 ◇분산형 전원으로 각광=연료전지의 기본적 개념은 전기가 필요한 곳에서 전기를 생산, 사용한다는 것이다. 바로 분산형 전원이다. 발전용의 경우 도심지 건물·뉴타운·병원·호텔 등이 신규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일례로 서울시가 지난 2일 발표한 ‘서울형 저탄소 녹생성장 마스터플랜’에서 공공주택·대형건물·집단에너지시설에 2030년까지 600㎿의 연료전지를 설치하고, 2030년 신재생에너지 보급목표의 47.6%를 연료전지로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친환경적이고 24시간 365일 안정적인 전력공급이 가능하기 때문에 선박용, 무정전 백업용으로도 활용이 가능하다. 포스코파워의 경우 올해부터 선박용 4개년, 무정적 백업용은 2개년 계획으로 제품개발을 추진 중이다. 앞으로 터빈복합형, 중대형 연료전지가 개발되면 GE와 지멘스가 90% 이상 차지하고 있는 발전설비시장에서도 주도권을 획득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처럼 연료전지 발전시스템이 산업화로 이어질 경우 금속·전기·전자·기계 및 제어 산업과 부수적 장치를 공급하는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정부에서도 지난해 9월, 대한민국의 5년·10년을 이끌 22개 신성장동력 중 하나로 연료전지 발전시스템을 선정했다. 지난 1월에는 17개 신성장동력 중 세계일류품목으로 집중 육성해야 할 3개 산업에도 포함됐다. 2018년까지 전 세계 시장규모가 599억 달러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는 연료전지 산업을 우리나라가 선도, 2018년까지 전 세계 시장의 40%를 점유한다는 게 정부의 구상이다. 2013년 4만명, 2018년에는 28만명의 신규 일자리도 창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휴대용과 수송용 등 실생활과 밀접한 분야까지 상용화될 경우 기존 전지시장까지도 위협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사용시간이나 비용면에서 기존 전지보다 월등하기 때문이다. 한 시장조사 기관에서는 휴대용 연료전지의 상용화가 1∼2년 내 가능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기술은 착착, 시장은 부진=이 같은 성장성에도 불구하고 연료전지 시장은 아직 태동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발전용은 발전차액지원제도가 시작된 2006년부터 지금까지 누적 설치용량이 누적 설치용량은 11.2㎿에 불과하다. 정부의 소극적 지원으로 초기 시장 형성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발전차액지원을 받을 수 있는 한계용량도 태양광 500㎿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올해는 12㎿를 초과해 지을 수 없게 했다.

 차액지원도 현재 ㎾h당 265.83원에서 매년 3%씩 줄어들게 된다. 수요자들이 사고 싶어도 살 수 없고, 막상 사더라도 경제성 확보가 염려되는 상황인 것이다. 가정용의 경우도 ㎾당 6000만원을 호가해 정부의 지원 없이는 보급이 어려운 상황이다.

 수송용도 마찬가지다. 이미 현대·기아차에서 테스트 중이나 차량 한 대 가격이 7억∼8억원에 달해 보급은 엄두를 못내고 있다. 휴대용은 아직 상용화가 이뤄지지 않아 시장은 형성돼 있지 않다.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 등이 주를 이루고 있는 2차 전지시장에서 휴대용 연료전지의 상용화는 분명 최대 이슈다. 그만큼 시장선점이 중요하다.

 반면 업계의 노력은 눈물겹다. 현재 선진국 기술 수준의 60∼70%가량 쫓아갔다. 특히 휴대용 연료전지의 경우 세계적 수준에 근접해 있다. 최근 삼성SDI가 개발, 군사용으로 납품 예정인 DMFC는 기존 제품에 비해 54% 높고, 내구성은 7∼8배 이상 개선했다. LG화학에서도 상용화를 앞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년간의 개발 끝에 가정용 연료전지를 독자 개발한 GS퓨얼셀은 2만시간 모니터링 테스트를 거쳐 일본과 유사한 수준에 도달했다.

포스코파워는 MCFC의 양산을 위한 준비를 갖추고 최근에는 통합서비스센터도 구축했다. 차세대 발전용 연료전지로 손꼽히는 SOFC 자체 개발을 위해 총 15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SOFC는 효율과 크기, 연료의 다양성 등 기존 용융탄산염 연료전지에 비해 우수해 GE나 지멘스·롤스로이스 등 글로벌 기업들이 앞다퉈 시장 선점을 위해 뛰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두산중공업도 2012년까지 자체 모델을 선보인다는 목표 하에 기술개발을 진행 중이다.

 ◆시장 활성화 해결 과제

 연료전지는 분산형 전원으로서의 가치와 성장잠재력을 가지고 있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은 국산화다. 분야별로 다르기는 하지만 포스코파워·GS퓨얼셀·두산중공업·삼성SDI·LG화학 등이 뛰어든 만큼 국산화에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이미 삼성SDI와 포스코파워·GS퓨얼셀은 상당부문 국산화가 이뤄진 모델들을 선보이기도 했다. 다음은 기술개발에 따른 표준화 작업이 병행돼야 한다. 현재 기술표준원에서도 연료전지 분야 표준화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제9차 연료전지분야 국제표준화 총회(IEC/TC105) 및 작업반회의를 서울에서 개최한 바 있다. 세계적인 시장인만큼 표준화로 선점하는 게 중요하다.

 하지만 문제는 시장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는 데 있다. 산업화 기반 마련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보급시장이 형성돼야 한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연료가 되는 LNG 가격 상승도 보급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정부의 지원이 필요한 대목이다.

 업계에 따르면 발전차액지원이 시작된 2006년 10월에 비해 지난 6월 기준으로 무려 83%가 올랐다. 반면 기술개발에 따른 원가 절감으로 설치단가는 2006년 910원에서 현재 570원으로 37%가량 떨어졌다. 경제성이 떨어진 것이다.

 분산형 전원으로 연료전지를 성공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일본은 올 초부터 도쿄가스를 필두로 연료전지 전용 LNG 요금을 신설, 생산한 전기와 열을 판매할 때 각각 3%와 8%의 요금을 깎아주고 있다. 최고 수준의 태양광 발전기술을 보유한 일본이지만 연료전지의 초기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도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설비가격 인하와 비용절감 등으로 고정비는 40%가량 줄였지만 유동적인 연료비는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저렴하고 변동성이 적은 연료전지용 요금제가 신설되지 않으면 조기시장 활성화는 물론 산업화에도 지장을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내 업체 현황

 포스코파워는 발전용 연료전지 분야에서 단연 첫손에 꼽힌다. 기술 이전을 통한 국산화는 물론이고 독자 기술개발도 진행 중이다. 국내 설치된 발전용 연료전지는 모두 포스코파워의 작품이다.

 지난 2007년 연료전지 사업을 시작한 포스코파워는 포항에 MCFC 제조 공장과 R&D센터를 구축하고, 최근에는 통합서비스센터도 갖췄다. 지난달에는 MCFC의 원천기술을 갖고 있는 FCE의 최대 주주로 등극하면서 핵심기술인 셀 제조기술까지 완전 이전키로 했다.

 이미 주변설비인 BOP 공장을 갖춘 포스코파워는 올 하반기 스택 제조기술을 넘겨받아 현재 45%인 국산화율을 내년엔 7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와 함께 셀 기술도 조기 확보하게 되면 2012년에는 100% 국산화를 달성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GS퓨얼셀은 모회사인 GS칼텍스의 전신인 호남정유시절로 거슬러 올라가면 연료전지 개발만 20년이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핵심부품인 스택부터 개질기(연료변환기), 시스템 기술에 이르는 전체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GS퓨얼셀이 개발 중인 제품은 PEMFC로 고온형과 달리 상온 및 저온에서 작동하므로 전원을 필요에 따라 끄거나 켤 수 있어 소형 분산 발전에 적합하다.

 2003년 연료전지 시스템 개발을 끝내고 2005년부터 2년여 간 자체 실증을 거쳤다. 2006년부터는 3년 계획으로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지난 2007년 4월 국내 최초로 25㎾급 스택 개발에 성공,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있으며 현재는 300㎾급 스택과 주요 구성품 및 주변장치를 개발 중에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플랜트 연계형 ㎿급 연료전지 국책과제’ 주관기관으로 선정됐다.

 유창선기자 yuda@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