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해리포터 시리즈의 최신작인 ‘해리포터와 혼혈왕자’에는 덤블도어 교수가 마법으로 불 소용돌이를 만드는 장면이 나온다. 이 불은 마치 실제 같지만 사실은 루카스필름이 소유한 특수 효과 전문회사 ILM(Industrial Lighting & Magic)이 창조해낸 컴퓨터 그래픽이다.
28일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컴퓨터 애니메이션이 인기를 끌면서 그래픽프로세싱유닛(GPU)이 할리우드 최고의 기술 화두로 떠올랐다고 보도했다.
이번 해리포터 6편에 등장한 불 장면은 엔비디아의 GPU를 기반으로 탄생했다. GPU는 그동안 주로 비디오 게임 그래픽 이미지 제작에 사용돼 왔다. 인텔이나 AMD의 x86칩이 최소 1개에서 6개의 회로 소자로 구성된 반면에 GPU는 좀 더 단순한 수백 개의 프로세서 코어로 이루어졌다. 외신은 기존에는 수천 개의 서버를 연결한 ‘렌더팜(render farm)’에서 각종 특수 효과가 만들어졌다면 이제는 GPU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고 전했다.
엔비디아 외에 AMD가 지난 2006년 ATI테크놀로지스를 인수하면서 GPU 시장에 본격 가세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고성능 컴퓨팅용 GPU 시장이 현재의 10억달러 규모에서 조만간 50억달러까지 팽창할 것으로 예측했다.
독일 특수 효과 기업으로 파도와 관련한 정교한 시뮬레이션으로 명성이 높은 스캔라인VFX와 AMD의 소프트웨어 협력업체인 오토이도 GPU를 적극 수용했다.
마이크로프로세서 시장의 80%를 장악하고 있는 인텔은 내년에 x86칩을 변형해 GPU와 CPU를 통합한 ‘라라비’로 정통 GPU 진영에 대항할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인텔은 라라비에 32개의 프로세서를 갖추고 각각의 프로세서에 ‘벡터 프로세싱’ 기술에 기반한 가속 회로를 장착, 경쟁력을 배가한다는 목표다. 인텔 측은 라라비가 GPU에 비해 프로그래밍이 쉽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GPU가 할리우드의 만병통치약이 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GPU가 동일한 명령어를 복수의 데이터에 적용해야 할 경우엔 비효율적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일부 특수 효과 제작소들은 인텔의 라라비에 더 관심을 보이고 있다. 드림웍스애니메이션은 인텔의 칩이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에 적용하기에 효과적일 것으로 보고 이 회사 기술을 적극 채택하기로 했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