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IT 업계에 대량 해고 사태가 빚어지면서 직장을 잃은 IT 전문가들이 창업사에서 월급을 받지 않고 일을 해주겠다고 나서는 ‘이례적인’ 구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27일 지역 일간지 새크라멘토비 등에 따르면 실리콘밸리 지역의 평균 실업률이 최근 미 전체 평균치 이상인 11%를 넘어선 가운데 최근 샌프란시스코에선 직장을 잃은 IT 경력 전문가들과 자금난에 시달리는 IT 창업사 대표 등이 함께 모인 ‘취업 알선 이벤트’가 열렸다.
취업 알선 이벤트에선 당초 예상과는 달리 스탠퍼드대나 UC 버클리대 등 명문대 출신으로 실업 상태에 있는 300여명의 IT 전문가들이 대거 구직 신청을 냈고 창업사 30여곳의 대표들이 이들과 취업 상담을 벌였다.
구직에 나선 IT 전문가들은 월급은 받지 않되 창업사의 지분 일부를 취득하는 조건으로 유·무선 네트워킹·컴퓨터 소프트웨어·엔지니어·게임 디자이너 부문 등에서 일하겠다고 제안했고 창업사들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며 반겼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웹 네트워킹 업체 창업자인 줄리 그린버그는 “IT 경력 전문가들에게 창업사들이 크게 술이라도 한잔 사야할 것 같다”며 “무료로 창업사를 위해 일해 주겠다는 데 술 한잔 사는 건 아무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그린버그는 “IT 분야 등에서 10∼15년 이상 일해온 경험과 기술을 가진 전문가들이 직장을 잃고 있는 지금은 정말 이례적인 시점”이라며 “집에 앉아 인터넷으로 취업 광고만 보고 있는 건 아무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새너제이를 비롯한 실리콘밸리 지역의 기업들에는 인터넷과 컴퓨터, 바이오테크, 금융 분야 등 전문가들이 50만명 가량 일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으며 경기 침체 등 영향으로 해고자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상태다.
최정훈기자 jhchoi@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