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美 무급취업 남의 나라 일 아니다

 IT업계에 불어닥친 감원 태풍이 좀처럼 사그라질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글로벌 IT 대기업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 들어서도 지속적으로 인원 감축에 나서고 있다. 미국 대형 통신 사업자인 버라이즌이 올해 하반기에 8000명에 이르는 추가 감원에 나설 예정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에도 8000명의 감원을 단행한 바 있다. 계속되는 감원의 가장 큰 이유는 실적악화다. 버라이즌은 2분기에 순익이 21% 감소했다. 세계 최대 네트워크 장비 업체 시스코시스템스도 경기침체 등의 영향으로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본사 등 인력 600∼700명을 감축 중이다. 이번 감원 작업은 지난 2월 발표한 2000명 해고 계획의 일부로 단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스코는 지난 분기 순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가량, 매출은 지난해 대비 17%가량 각각 줄어드는 등 경영실적이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적이 나쁜 기업들만 감원 대열에 합류하는 것이 아니다. 세계 최대의 반도체 기업인 인텔은 최근 예상을 뛰어넘는 2분기 실적을 발표, 주식시장에 ‘인텔 효과’를 가져왔지만, 일자리 회복을 기대했던 IT 종사자들의 기대 심리에 찬물을 끼얹었다. 인텔은 실적 발표 직후 아일랜드에 상주하는 직원 5000명 중 6%가량에 해당하는 294명을 감원하기로 했다.

 이처럼 실적이 좋든 나쁘든 상관없이 글로벌 대표 IT 기업들이 대량 감원에 나서면서 미 실리콘밸리에서는 직장을 잃은 IT 전문가들이 창업사에서 월급을 받지 않고 일을 해주겠다고 나서는 ‘이례적인’ 구직 현상이 벌어진다고 한다. 스탠퍼드대나 UC 버클리 등 명문대 출신으로 IT 경력 10년이 넘는 전문가들이 집에서 노느니 무급이라도 취업에 나설 정도라고 하니 남의 나라 일이 아니다. 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위해 IT 산업 육성에 과감히 나서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