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불거진 한국 이동통신 요금 논쟁

 이동통신 요금에 대한 논쟁은 해묵은 논쟁이다. 소비자단체와 사업자, 또 규제기관과 사업자 등이 매번 논리 싸움을 벌여왔지만 이렇다 할 결론을 내지 못했다.

 29일 한국소비자원 발표 역시 논쟁을 종식시키기보다 더 증폭시킬 전망이다. 그동안 문제가 돼 왔던 집계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은 데다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가 즉각 반박하면서 한동안 잠잠했던 부처간 갈등이 표면화 했다.

 이동통신 사업자 진영은 소비자원 발표가 비교하기 쉽게 단순화한 수치를 내놓으면서 ‘국가별 특성’을 무시한 기존의 오류를 반복했다고 주장했다. 매년 7월 초 국가별 요금수준 비교 결과를 발표해왔던 OECD 역시 7월말 현재까지 데이터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기계적인 방식의 비교에 대해 각 국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원은 이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2개 국가와 홍콩, 싱가포르, 이스라엘 등 3개를 포함해 15개 나라 이동통신 사업자의 분당음성통화요금을 비교한 결과, 우리나라의 분당 음성통화요금(RPM:Revenues Per Minute)이 0.1443달러로, 영국(0.1254달러)과 프랑스(0.1209달러)을 제치고 가장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하지만 비교의 근거가 되는 월평균 사용요금(ARPU:Average Revenue Per User) 자체가 국제비교의 근거로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ARPU는 이동통신 사업자의 월 매출을 가입자 수로 나눈 것이다. 우리나라는 가입자 1명이 보통 이동전화 1회선을 가입해 가입자 수가 고스란히 집계되지만 유럽식 이동전화표준(GSM) 기술을 쓰는 나라에서는 가입자 1명이 여러개의 SIM(가입자 인증모듈) 카드를 갖고 있기 때문에 가입자 수가 실제 사용자보다 훨씬 많아질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이번 조사의 기본자료가 된 메릴린치 보고서도 “많은 나라의 자료가 심카드 보급량으로 작성돼 있어 허수 가입자에 의해 산출된 자료일 수 있다”고 밝힐 정도다.

 결국 ARPU가 정확한 요금비교 기준이 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RPM이 ARPU를 가입자의 월 평균 사용시간으로 나눠 계산한 수치인 만큼 요금 비교 기준으로 적합하지 않다는 게 방통위와 이동통신 사업자 진영의 지적이다.

 이와 함께 ‘무료통화’라는 변수가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외국은 상대방도 요금을 부담하기(착신과금) 때문에 무료 통화를 많이 주는 요금제가 일반적이다. 일예로 평균 100분 통화에 2만원을 내는 요금제가 있다고 할 때 사업자가 ARPU를 높이기 위한 방안은 300분 무료통화를 주고, 3만원의 요금을 내는 식이다. 즉, RPM 분모인 이용시간을 무료통화로 많이 주면 실질로 RPM이 낮아지게 된다.

 성낙영 시립대 교수는 “MOU를 갖고 요금 비교를 한다는 것은 정확한 데이터를 얻기 어렵다”며 “방법론 자체가 잘못됐기 때문에 요금이 싼 지, 비싼지를 논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소보원측은 그러나 “근본적으로 이통요금 인하를 막는 요금인가제도를 폐지해야 하며, 인가제가 폐기되기 전에는 요금인가를 결정할 때 방송통신위원회와 기획재정부는 물론 소비자단체도 논의대상에 포함돼야 한다”면서 “방통위에 정책협조를 건의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김원배·황지혜기자 adolfkim@etnews.co.kr

◆국제요금 로밍 비교치 논란 야기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국제로밍 요금 비교치도 도마에 올랐다. 비교 대상 국가 중 가장 저렴한 것으로 나타난 SMS 요금에 대한 평가 또한 인색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을 가중시켰다.

 소비자원은 국제로밍요금의 경우에 외국에서 자국으로의 발신요금이 우리나라가 비교 대상 10개 국가 중 두번째로 비싸다고 밝혔다.

 소비자원은 국제로밍요금은 비교대상 10개국의 홈페이지 제시 요금 기준으로 △ 전체비교(자국을 제외한 9개국발신⇒자국 포함10개국 수신)요금은 3위 △ 외국발신→자국수신은 2위 △ 외국 방문시 현지 체재국내에서 당해 체재국으로 발신 요금은 9위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방송통신위원회와 이동통신사업자는 적절한 비교가 아니라는 입장을 피력했다.

 방통위는 “소비자원이 비교대상 10개국가를 어떤 기준으로 선정했는지 모르지만, 착신과금을 하는 홍콩·싱가포르·미국 등과 우리나라를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동통신사업자는 이해부족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외국에서 자국으로 전화를 걸때 요금의 80%는 현지 이동통신사업자에게 망 이용대가로 지불하는 구조로, 우리나라가 2위라는 의미는 우리나라의 이동통신 요금이 높은 게 아니라, 현지 이동통신 사업자의 이용요금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소비자원도 이동통신 후발국가로 국제 망 사용료 협상에서 우리나라가 상대국에 지불하는 망 사용료가 높아 국제로밍요금이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번 조사에서 SMS 요금은 비교 대상 10개국가 중 가장 저렴한 것으로 드러났다. SMS요금은 비교대상 10개국 모두 기본적으로 매 건당 고정된 금액을 부과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우리나라의 SMS 요금은 원화 기준 20원으로, 미국(152.5원)과 영국(117.8원)에 비해 각각 7분의 1과 6분의 1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소비자원측은 “외국에는 망내 할인상품이나 일정 건수의 무료 SMS 제공 등 요금인하 효과가 큰 상품이 많다”며 “이를 고려하면 외국의 SMS 요금은 이번 조사결과 파악된 단가보다 더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방통위는 물론이고 이동통신 사업자는 소비자원이 우리나라 SMS 요금이 가장 저렴한 것으로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게 아니냐는 지적을 제기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우리나라 SMS 명목요금이 최저임에 틀림없다”며 “ 약정 및 할인요금 등을 통해 무료로 제공되는 SMS를 감안하면 실제 이용자가 지불하는 요금은 건당 11원 수준”이라고 밝혔다.

소비자원의 판단에 쐐기를 박으려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김원배기자 adolf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