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업체 중에 석탄을 청정연료로 이용, 본격적인 상용화에 가장 발 빠르게 나서고 있는 곳은 단연 두산중공업이다. 이 회사는 석탄 화력발전 과정에서 생기는 이산화탄소(CO₂)를 모두 잡을 수 있는 보일러 버너 설비를 세계 최초로 개발,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두산중공업(사장 박지원)의 영국 자회사인 두산밥콕은 지난 7월 24일 영국 글래스고 렌프루 본사에서 조앤 러덕 에너지담당 차관을 비롯해 각국의 발전소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40㎿ 규모의 순산소 화력발전 연소설비(oxycoal clean combustion test facility) 시연회를 가졌다.
이 설비는 화력발전소에서 석탄을 땔 때 공기가 아닌 산소(O₂)만을 주입해 연소 뒤 이산화탄소와 물(H₂O)만이 배출되도록 함으로써 이산화탄소를 전량 포집해 저장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석탄을 연소시킬 때 산소와 질소(4N₂)로 구성된 공기를 사용해 연소 후에 다량의 질소가 이산화탄소, 물 등과 섞여 나와 이산화탄소를 따로 골라내기가 어려웠다.
이 설비가 주목받는 것은 전 세계 이산화탄소의 40%가 화력발전소에서 배출돼 이를 줄이는 것이 지구온난화 문제를 해결하는 핵심 과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특히 이산화탄소 무배출을 비롯한 저탄소 발전 기술은 2013년 포스트 교토의정서 발효 이후 유럽·미주 등 해당 지역의 발전소 운용에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이로 인해 그동안 프랑스 알스톰, 미국 B&W 등 글로벌기업은 기술 선점을 위해 연구개발에 주력해왔다.
두산밥콕은 1992년부터 순산소 보일러 기술 개발을 추진해왔으며 2007년 영국 정부의 국책과제로 선정된 뒤 300억원을 투자해 40㎿급 순산소 연소설비 개발에 성공했다.
이 기술은 당장이라도 상용화가 가능하고 기존 화력발전소의 설비를 고치지 않고 적용할 수 있어 전력회사나 발전소 측에서 경제적으로 이산화탄소를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2013년 저탄소 발전 기술이 적용될 발전소 시장 규모는 연간 50조∼60조원이 될 것으로 두산밥콕 측은 전망하고 있다.
시연회에 참석한 조앤 러덕 차관은 “석탄 화력발전소의 이산화탄소 발생을 억제하는 것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라며 “이번에 이산화탄소 없는 발전 설비를 개발함으로써 향후 이산화탄소 포집 저장 시장을 선도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이언 밀러 두산밥콕 사장은 “이번 순산소 연소기술 개발로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발전 기술을 세계에 공급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두산밥콕의 모회사인 두산중공업 박지원 사장은 “당장이라도 상용화가 가능한 저탄소 발전 기술을 개발한 것은 두산밥콕이 세계에서 처음”이라며 “향후 순산소 연소기술을 발판으로 저탄소 발전 시장을 선점할 것”이라고 말했다.
1895년 설립된 두산밥콕은 발전소의 핵심인 보일러 원천기술을 갖고 있는 세계 4대 기업 중 하나로 최근 이산화탄소를 줄이고 연소 효율을 높이는 신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으며 2006년 말 두산중공업에 인수됐다.
두산중공업은 지난해 캐나다 HTC에 지분 투자로 연소 후 이산화탄소 포집 저장 원천기술을 확보했으며 한국에서는 전력연구원과 함께 석탄가스 복합발전 기술을 개발하는 등 저탄소 발전 기술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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