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기 경제를 이끄는 힘은 바로 제조업이다. 생산의 기초 단계이자, 재화 획득의 시작이다. 세계 경기침체로 전 세계가 허덕일 때 제조업을 근간으로 한 경제 시스템을 갖춘 나라들은 외풍에 크게 휘둘리지 않았다. 전가의 보도인 양 따라하기 바빴던 첨단 금융산업의 허점이 보이면서 서비스업에 기초한 나라들의 경제적 타격은 상대적으로 너무 컸다.
중국을 ‘세계의 공장’으로 부르면서 부러워하는 까닭은 따로 있다. 막강한 재화 생산으로 세계 경제 수위를 넘보기 때문이다. 금융·서비스산업으로는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중국만의 경쟁력이다. 하지만 중국 역시 만년 세계의 공장일 순 없다. 값 싼 물가와 저임금의 한계는 이미 중국의 현안으로 떠올랐다. 고부가가치의 제조업에 안달하는 것도 중국이 제조업의 한계점에 이른 신호기도 하다.
산업기술진흥원의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 제조업은 다른 산업과 직·간접적으로 연계된 정도를 나타내는 생산 유발 효과가 최종재 1단위에 대해 2.064로 서비스업의 1.695는 물론이고 전체 산업평균 1.926에 비해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한국의 제조업 공동화가 급격하게 이루어지는 즈음에 다시 한번 생각해 볼 문제다. 생산 유발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때 제조업의 중요성이 새삼 부각된다.
그렇다고 70∼80년대식 제조업을 육성하자는 얘기는 아니다. 이미 한국은 IT 제조업에서 세계 최고를 달리고 있다. 우리나라 휴대폰과 디스플레이, 반도체 산업을 넘볼 나라는 많지 않다. 과감한 선제적 투자로 시장의 선점은 물론이고 수성의 입지를 더욱 굳게 다져야 한다.
일자리 창출을 간절히 바라는 정부 역시 생산 유발 효과와 함께 질 좋은 성장을 위한 고용 유발 효과도 고려해야 한다. 고부가가치 제조업 육성에 기업과 정부 모두 나서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