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와이브로 음성서비스 진출 ‘배경과 전망’

 와이브로 음성서비스에 소극적이었던 KT가 태도를 바꿔 와이브로 음성서비스를 전격 선언한 것은 규제기관을 비롯해 이용자, 그리고 경쟁사업자와의 역학관계를 두루 고려한 결과로 보인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와이브로 투자 이행 실적을 점검, 제재를 검토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데다 KTF와 합병 이후 새로운 컨버전스 서비스에 대한 이용자 수요에 부응하기 위한 포석이다. 와이브로 경쟁사업자인 SK텔레콤과 격차를 확대하는 등 와이브로 시장 주도권을 장악하겠다는 의지도 포함돼 있다.

 ◇KT “고심 끝에 내린 결정···와이브로 투자 지속할 것”=KT의 와이브로 음성서비스 개시 선언은 기존 방침과 다른 것으로 정부의 와이브로 투자 확대 요구에 보조를 맞추기 위해 고심 끝에 내린 결론이다. KT가 와이브로 음성서비스 개시를 천명했지만 요금수준 등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하지 않은 것도 준비가 덜된 상태에서 나온 발표임을 확인할 수 있다. KT 관계자는 “와이브로 투자에 나서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규제기관과의 관계 등 여러 가지 변수를 고려한 결과”라고 말해 적지 않은 고민이 있었음을 내비쳤다.

와이브로 이용자를 중심으로 음성서비스 수요가 꾸준했다는 점과 경쟁사업자 SKT의 보수적 태도 등도 이 같은 결정을 앞당기는 요소로 일부 작용했다.

 ◇과제는 ‘커버리지 확대···추가 투자 불가피”=KT의 와이브로 커버리지는 서울 전역과 수도권 19개시, 지방 도시의 8개 핫존(Hot Zone)에 불과하다. 와이브로 음성서비스가 서울과 수도권 등으로 제한될 수밖에 없다. 궁극적으로 끊김 없는 와이브로 음성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상당한 규모의 추가 투자가 필요하다.

따라서 KT가 싱글모드로 와이브로 음성통화가 가능한 서비스보다 당분간 3세대(3G)와 연결되는 듀얼모드 서비스에 중점을 둘 것으로 예상된다. KT가 이르면 11월 와이브로 음성서비스를 개시한다 하더라도 서비스 커버리지 확대를 비롯, 상용 서비스 돌입에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와이브로 음성서비스가 이동통신에 비해 저렴하게 음성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과 SKT와의 이동통신 시장 경쟁에서 가시적인 효과가 나오게 되면 와이브로 투자에 적극적으로 돌아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숨 돌린 ‘방통위’, 짐 생긴 ‘SKT’=방통위는 KT의 와이브로 음성서비스 개시 선언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와이브로 식별번호(010) 및 음성서비스 허용 등 기존에 추진한 와이브로 활성화 정책을 구체화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시각이다. 와이브로 음성서비스로 경쟁을 활성화하고 이용요금을 낮춰 이용자 편익을 극대화하겠다는 정책을 실현할 수 있게 됐다는 반응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와이브로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기반이 마련된 가운데 KT의 와이브로 음성서비스 선언은 반가운 일”이라며 “국내 와이브로 저변 확대는 물론이고 해외 시장 개척에도 일조할 것”이라고 후한 점수를 줬다.

KT의 와이브로 경쟁 사업자인 SKT는 적잖은 부담을 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시점에서 음성 탑재를 고려하지 않는다는 SKT의 방침은 와이브로를 종전과 마찬가지로 데이터 서비스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렇다고 규제기관의 와이브로 활성화 요구를 무시할 수도 없다. SKT의 고민의 갈수록 깊어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김원배기자 adolf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