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커스를 배울 때도 떨어지는 연습부터 한다. 연습할 때 떨어지는 것이 익숙해져야 비로소 공중 곡예를 할 때 안 떨어진다. 유도를 배울 때도 낙법부터 배운다. 쓰러지는 훈련을 하며 다치지 않는 기술을 익히고 나서야 공격 훈련에 임한다. 무협지에서도 마당 쓰는 것부터 배우고, 권투도 펀치를 견뎌내는 복근운동부터 한다. 넘어지지 않고 걸음마를 배울 수 없듯이 역경 없는 성공은 없다.
상처는 스승이고 고통은 내성이다. 조갯살에 모래알이 들어가 상처가 나야 진주를 만들어낸다. 빙하기 때 자란 나무여야 멋진 바이올린 재료가 된다. 겨울에 자란 나무는 좁은 나이테를 만들며 단단하게 자라고, 경사지에서 자란 수박은 굴러 떨어지지 않기 위해 더욱 싱싱하다. 상처를 받는 과정에서 단련되고 고통을 견디는 과정에서 노련해진다.
정면으로 맞서지 못한 고통은 언제 어떻게든지 내 뒤통수를 친다. 고통을 피하면 요행수가 있을 것 같지만 정직하다. 짧은 기간에 거저먹는 방법이 지름길인 것 같지만 지름길이 아니라 망하는 길이다. 한두 번은 통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 이상은 안 된다.
봄 오기 전 꽃샘추위가 가장 춥고, 해 뜨기 전 새벽이 가장 어두운 것처럼 큰일을 앞에 두고는 원래 고통스럽다. 고통이 너무 심하고 역경이 너무 벅차면 큰일이 새롭게 펼쳐질 과도기라 여기자. ‘왜 나에게만 이런 일이 생기나?’ 하고 억울해 하지 말고, ‘이 일을 거쳐 어떤 성장을 하려나?’라며 기대감을 갖자. 아픔을 겪은 사람은 아픔을 어루 만지는 손길을 안다. 슬픔을 이겨낸 사람이 슬픔을 위로할 수 있다. 고통으로 잠 못 이뤘던 경험을 가진 사람이 타인의 고통에 공감할 수 있고, 눈물을 흘렸던 사람이 슬픈 이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