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 인터넷 중독이 뭐기에

[데스크라인] 인터넷 중독이 뭐기에

 지난해 우리나라 한 가정의 자녀 출산율은 1.19명으로 세계 최저 수준이었다. 경제적 여건과 개인 여가활동 등의 이유로 자녀 한 명으로 만족하거나 아예 한 명도 갖지 않겠다는 젊은 부부가 계속 늘어난 결과다.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 가보면 외동 아이가 매우 많다. 인터넷이 우리 생활 깊숙이 파고들면서 자녀의 ‘인터넷 중독’, 특히 ‘게임 중독’을 우려하는 부모가 늘고 있다. 더욱이 외동아이는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아 인터넷에 중독될 가능성이 높아 부모들이 좀 더 신경을 써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인터넷 중독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나라마다 인터넷 중독을 예방하고 치료하기 위해 다양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태국에서는 청소년의 온라인 게임 중독을 막기 위해 이달 중순부터 청소년의 인터넷 카페 이용 시간을 규제하는 법안을 승인했다. 법안에 따르면 15세 이하의 청소년은 평일은 오후 2∼8시, 주말과 공휴일은 오전 10시∼오후 8시에만 인터넷 카페를 이용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청소년 보호를 위해 자율적 게임 이용시간 제한 등 이와 유사한 방안이 거론되고 있지만 게임 중독 예방을 위한 올바른 방법인지 생각해 볼 일이다.

 인터넷 이용인구가 3억명을 돌파한 중국에서는 인터넷 중독 때문에 어처구니없는 사고가 발생했다. 인터넷 중독 치료를 위해 훈련원에 들어간 10대가 입소 10시간 만에 숨진 것이다. 인터넷 게임에 빠져 학업 성적이 부진했던 16세 덩모 군은 사고 전날 부모에 의해 한 훈련원에 입소, 한 달간 인터넷 중독 치료를 받을 계획이었다. 하지만 치료를 받던 덩 군은 하루도 안 돼 주검으로 돌아왔다. 병원에 후송될 당시 덩 군의 온 몸은 상처투성이었다. 덩 군 사망을 계기로 중국에선 인터넷 중독 치료의 적정성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중국에서는 전기쇼크 요법을 비롯해 약물 복용, 격리 수용, 군사 훈련 등 다양한 형태의 인터넷 중독 치료가 성행하고 있다. 남의 나라 일이라고 하지만 참으로 안타까운 사건이다.

 여름방학이 한창인 요즘 부모들이 걱정하는 것 중 하나가 아이들의 컴퓨터 사용이다. 부모도 방학 중에 숙제를 마쳤거나 공부를 열심히 한 보상으로 으레 하루 한두 시간쯤 인터넷 게임을 용인해 준다. 그러나 부모가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개학 무렵에는 인터넷 중독으로 골머리를 썩게 될 확률이 높아진다고 전문가들은 충고한다. 전문가 충고가 아니더라도 방학 기간만이라도 아이들이 인터넷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도록 해주고 싶지만 환경이 여의치 않다. 여름 휴가때 시골 외할머니집에 모인 아이들은 냇가에서 물놀이하는 것보다는 컴퓨터 앞에 옹기종기 모여 온라인 게임을 즐기는 데 더 몰입했다. 인터넷 강국인 우리나라의 지방 구석구석까지 초고속인터넷이 들어간 덕분이다. 하긴 피서철을 맞아 곳곳에서 물놀이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는 뉴스를 접하다 보면 인터넷에 빠진 아이들이 오히려 안심이 될 때도 있다. 인터넷이나 게임 때문에 자녀를 잃었다는 사람을 아직까지 주변에서 보지 못했으니까 하는 얘기다. 인터넷 중독은 아이만의 문제가 아니다. 인터넷 쇼핑과 인터넷 도박 중독에 빠진 어른에게도 대책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김종윤 국제부 부장 jy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