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윤정의 성공파도] (135)되돌아보기-­일기 쓰기

[지윤정의 성공파도] (135)되돌아보기-­일기 쓰기

 계절 옷 정리를 하다가 오래전 일기장을 만났다. 한껏 멋을 부린 글씨체부터 얼룩진 추억까지 한꺼번에 펼쳐진 공책은 너덜너덜하다. 어른이 되고부터는 새벽에 일어나 노트북을 켜고 일기를 쓰는데, 유년의 나는 한밤에 공책에 썼구나. 남일처럼 내 지난 시간을 구경하고 품에 안아본다. 유년의 고독과 유년의 방황을 고스란히 느껴보려는 듯.

 요즘 다른 사람들은 일기를 어떻게 쓰는지 궁금하다. 워낙 다양해진 오락과 산만한 매체에 치여 혹시 놓치고 있지는 않을까. 휴대폰은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고 울려대고, 인터넷은 순식간에 헤드타이틀이 바뀐다. 길거리에도 면면마다 광고와 정보의 홍수다.

 여백도 공백도 없이 촘촘하고 빡빡하다. 자신과 홀로 마주앉아 영혼을 살찌우는 시간을 블로그나 개인홈피에 사진과 펌글을 올리느라 뺐겼을까 염려스럽다. 자신의 생각보다 타인의 말들을 수집하는 데 열을 쏟고, 수다스러운 정보에 혼이 빠져 있으면 어쩌나 안타깝다.

 내적 검열 없이 있는 그대로 자신을 표현하는 글쓰기는 자아회복의 과정이다. 보여지는 나와 본래의 내가 많이 달라져 있고, 나의 실체와 만들어진 나 사이에 뿌연 때가 끼어 있는 듯 여겨질 때 일기는 자신을 찾게 한다. 시선을 잡아끄는 광고를 걷어내고 내 자신에 시선을 맞춰보자. 삶의 샘은 내부에서 피어오른다. 나와 단절돼서는 나를 표현할 수 없고, 자신을 표현하려면 우선 표현할 자신이 있어야 한다.

 맨얼굴로 자기를 보듯 맨 마음이 어떠한지 만나는 순간 감정적 카타르시스와 창조력이 생긴다. 근육을 만들고 건강을 챙기듯 마음을 보살피는 일기를 쓰자. 남을 의식한 블로그, 남의 자료를 퍼온 홈피 말고 오롯하게 나와 만나는 일기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