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 저대역 주파수 회수재배치와 관련한 쟁점

[ET단상] 저대역 주파수 회수재배치와 관련한 쟁점

정부가 연초에 계획했던 주파수 재배치와 관련, 이를 구체화해야 할 시기가 다가오면서 몇 가지 쟁점이 부각되고 있다. 특히 효율성이 높아 황금주파수로 일컫는 800/900㎒의 저대역 주파수에 정부와 업계의 이해가 엇갈리면서 배분 방식과 가격 문제가 논란의 핵심이 되고 있다.

 정부는 당초 저대역 주파수 회수·재배치와 관련해 이미 지난해 경매 방식 배분을 원칙으로 전파법 개정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전파법 개정이 난항을 거듭하며 시일이 촉박해지자 할당대가 방식을 이용해서라도 올해 안에 주파수 재배치를 마무리할 방침임을 밝히고 있다.

 주파수를 배분하는 데 경매제를 도입하는 것은 선진국을 중심으로 일반적인 추세가 돼 온 것이 사실이지만, 경매제는 많은 장점이 있는 반면에 부작용도 크기 때문에 시행에 매우 신중해야 한다는 점에서 시간에 쫓기듯 할 일은 아니다.

 따라서 올해 안에 배분해야 할 주파수에 경매제를 적용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현실성이 없는만큼 할당대가 방식 배분은 불가피해 보인다.

 그렇다면 할당대가 방식 주파수 배분이 현재로선 최선의 선택이라고 할 때 무엇에 중점을 두어야 할 것인가.

 우리는 이미 할당대가 방식으로 주파수를 배분한 경험이 여러 차례 있어 우선 절차상 문제는 크지 않을 것이다. ‘누구에게’ ‘얼마에’ 주파수를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주는지가 문제가 된다.

 누구에게 줄 것인지 문제를 보자. 그동안 이동통신 형평성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돼 왔고 논란의 중심에는 바로 효율성이 높은 저대역 주파수의 독점이라는 구조적 문제가 있었음은 누구나 다 인정하는 사실이다.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엄연히 존재하고, 경쟁에 의한 소비자 편익 극대화는 비대칭적 가격규제에 따라 왜곡되는 기형적 모습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었다.

 그간의 상황이 업계 현실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한다면 주파수 배분은 해묵은, 그래서 정부 정책의 발목을 잡아왔던 공정성 시비를 일거에 해소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다.

 병약한 자를 정부가 부축해 가면서 수에 의한 경쟁구도를 유지할 것이 아니라, 기존 사업자로 하여금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만들어 줌으로써 경쟁의 본래 가치를 회복해야 한다는 점에서 이번 주파수 재분배에 큰 의미가 있다.

 그렇다면 할당대가 수준은 어느 정도로 해야 할까. 공용자원 성격인 주파수를 어떤 방식으로든 일정한 대가를 지급하고 사용하게 하는 것은 자원을 가장 효율적으로 이용하게끔 하려는 시장원리가 그 경제논리적 배경일 것이다.

 그런데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은 이윤극대화라는 경제적 목표를 추구할 것이고, 따라서 자신들이 조정할 수 없는 어떤 비용이 발생하게 되면 이를 최종생산물의 가격에 반영할 수밖에 없다. 주파수 이용대가가 높아질수록 이는 소비자에게 그대로 전가될 가능성이 커지고 시장기구의 작동은 그만큼 기대하기 어려워진다.

 결국 시장기구 역할에 따른 자원의 효율적 이용을 위해서는 시장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 이른바 수요예측을 정확하게 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는 잘못된 수요예측으로 인해 주파수 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하지 못했던 불행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정부 수입 확보와 같은 잘못된 목표가 또다시 수요예측을 예단케 하는 상황이 돼서는 안 된다.

 그뿐만 아니라 저대역 주파수 배분 시 할당대가 산정은 그동안 불이익을 감수해 왔던 사업자로 하여금 투자여력을 확보, 국가경쟁력 제고에 기여토록 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고려해야 한다. 황금주파수는 이를 이용하는 사업자가 최적화를 달성할 때 이용효율의 극대화라는 황금알을 낳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거위로 하여금 황금알을 낳을 수 있도록 최적의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정부의 우선적 역할이 아닐까.

노택선 한국외대 경제학과 교수 tsroh@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