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와이브로 주파수 대역폭 표준으로 기존 8.75㎒와 함께 미국 등 많은 국가에서 사용하는 10㎒를 추가해 복수 표준으로 가기로 했다. 와이브로 사업자가 새 표준을 따르게 되면 해외와의 호환성 확보는 물론이고 삼성전자 등 와이브로 장비 업체는 국내외 시장을 구분하지 않고 공급할 수 있어 공급 단가 하락이 예상된다. 방통위는 복수표준 도입으로 그간 해외와 다른 표준 대역폭 논란을 종식시킬 수 있게 됐지만, 와이브로 사업자는 기존 투자가 사장될 새 표준으로의 전환 여부를 놓고 심각한 고민에 빠지게 됐다.
9일 청와대와 방송통신위원회 등에 따르면 방통위는 그간 논란을 빚은 와이브로 주파수 대역폭 표준을 복수 채택하기로 잠정 결정하고 8월 말께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방통위가 10㎒ 대역폭을 표준에 추가하기로 하고, 최시중 위원장 등에 보고한 것으로 안다”며 “대역폭 표준 추가 등의 사안은 전체회의 의결 사안이 아니어서 사실상 와이브로 대역폭의 복수 표준은 확정됐다”고 밝혔다.
방통위 관계자도 “세계 와이브로 동향을 감안할 때 주파수 대역폭을 복수로 지정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특정 주파수 대역폭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사업자에게 판단을 맡긴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주파수 대역폭 결정이 계속 미뤄지면서, 와이브로사업자가 이미 확정해 놓은 투자 집행에 혼란을 겪기도 한다. 와이브로 활성화를 위해 중요한 것은 사업자들의 투자인 만큼, 8월 복수 표준안을 공식 발표해 일단 논란을 종식시킬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방통위는 또 와이브로 서비스용으로 할당한 주파수 대역 2.3㎓도 미국처럼 2.5㎓ 대역을 복수표준으로 삼는 방안도 적극 검토 중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기존 사업자는 물론이고 사업 참여를 원하는 신규사업자도 두 규격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해 그 결과에 따라 필요하면 2.3㎓ 대역에 이어 2.5㎓ 대역도 와이브로로 할당할지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만약 와이브로 신규사업 희망자가 나타나 10㎒ 대역폭을 채택하겠다고 하면 새롭게 2.5㎓ 대역에서 와이브로 주파수를 발굴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 또 기존 와이브로사업자인 KT와 SK텔레콤이 10㎒ 대역폭으로 전환을 결정하면 기존 2.3㎓ 대역에서 늘려주는 방법과 신규사업자처럼 2.5㎓ 대역에서 할당하는 방법을 놓고 결정해야 한다. 그러나 신규 신청 사업자가 한 곳으로 3개 사업자 모두 기존 8.75㎒ 대역폭을 원한다면 현재 빈 2.3㎓ 대역의 8.75㎒ 대역폭을 할당하면 된다.
KT와 SK텔레콤은 투자 초기만 해도 외국과 주파수 대역폭이 달라 더 앞선 장비를 먼저 조달받지 못한다는 이유로 대역폭 변경을 원했다. 하지만 표준 정책 결정이 늦어지는 사이 이미 8.75㎒ 대역폭에 맞춰 투자를 많이 한데다 장비 가격도 하락하자 대역폭 변경이 쉽지 않다는 태도로 바뀌었다.
KT와 SK텔레콤은 주파수 대역 2.3㎓에서 각각 8.75㎒ 대역폭으로 서비스하고 있지만 우리나나라보다 뒤늦게 서비스를 시작한 미국 등 대부분의 국가는 2.5㎓ 대역에 10㎒의 대역폭을 활용하면서 그간 국내외 호환성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심규호기자 khs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