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DMB폰을 TV가 아닌 휴대폰으로 인정했다. 상황을 모르는 사람이야 휴대폰이면 어떻고, TV이면 어떻겠냐고 하겠지만 관세를 보면 달라진다. 휴대폰은 무관세이고 TV는 무려 14%의 관세가 붙는다. 또 위성항법장치(GPS)기능이 있으면 3.7%의 관세가 붙는다.
관세가 부과된다는 것은 그만큼 가격경쟁력이 떨어진다는 뜻이다. 같은 EU권의 제품인 노키아의 경우 협정에 의해 관세가 부과되지 않지만 비EU권의 제품은 관세가 부과된다. 휴대폰 세계 1위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국내 휴대폰 업체로는 EU시장에서 ‘벙어리 냉가슴’ 앓아오던 사안이 해결된 셈이다.
블록경제의 벽이 높다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EU시장은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다. 특히 한국 수출의 효자상품인 휴대폰이 관세로 인해 EU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어왔다는 사실은 뼈 아픈 현실이었다. 그래서 이번 EU집행위원회의 DMB폰의 휴대폰 공식 인정은 뜻깊은 일이다.
당장 150억여원을 환급 받고 올해까지 250억원의 관세가 경감된다는 사실도 의미 있는 일이지만 높은 EU수출의 장벽이 한꺼풀 벗겨졌다는데 더욱 의미가 있다. 이번 사례는 업계와 정부가 끊임없이 노력한 결과의 산물이다. 하지만 더 큰 산이 앞에 놓여 있다. 관세도 관세려니와 환경규제 등 갈수록 심해지는 비관세장벽이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한국산 IT제품의 수출을 위해 빨리 넘어야 할 산이다.
아직도 글로벌시장에서의 암초는 많다. 자유무역시대라고 하지만 세계 각국은 아직도 자국 이익에 대해선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특히 한국의 IT제품에 대해서는 눈에 쌍심지를 켜고 있다. 견제를 받아야 하는 1등만의 고민이다. 하지만 반드시 깨고 넘어야 할 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