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10일 제21차 라디오·인터넷 연설에서 녹색기술보다 더 중요한 것으로 녹색생활을 꼽았다. 에너지 절약과 효율화로써 온실가스 배출량의 3분의 1 이상을 줄일 수 있다는 국제에너지기구 자료까지 인용하며 절약을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에너지를 사실상 100% 수입하고 있어 10%만 절약해도 한 해에 10조원 이상을 벌게 된다고 설명했다. 절약을 제5의 에너지라고도 한다고 덧붙였다.
맞는 이야기다. 이 대통령이 작년 8·15 경축사에서 저탄소 녹색성장 비전을 제시한 이후 정부 부처는 물론이고 산하 연구기관 할 것 없이 녹색성장을 실현하기 위한 로드맵 작성에 매달렸다. 아직 국회에서 잠자고 있지만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이 마련됐고 녹색성장 정책의 뼈대가 되는 ‘녹색성장 국가전략 및 녹색성장 5개년 계획’도 만들었다. 정부와 산학연이 합심하면 충분히 해낼 수 있는 로드맵이자 액션플랜이다.
이제는 그동안 만든 로드맵을 국민생활 속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하는 감성 정책이 필요하다. 최근 정부가 중기 온실가스 감축목표 설정을 위해 제시한 시나리오는 그 첫 단추로 여겨진다. 산업계와 더불어 국민과의 합의가 중요하다. 에너지 절약을 위해 여름철 실내 냉방온도를 몇 도 올리고 겨울철 난방온도를 몇 도 내리는 절약 캠페인도 중요하다. 하지만 단순히 절약만 외쳐서는 국민은 따라오지 않는다. 차라리 국민이 자신도 모르게 생활 속에서 절약을 실천하게 하는 정책이 낫다. 에너지 절약기술을 각종 생활가전이나 IT기기에 적용하게 하는 제도를 조기 정착시킴으로써 가능하다. 가령 가장 우수한 제품의 에너지 소비효율을 목표로 설정해 일정기간 후 업체 전체 모델의 평균효율이 목표효율 이상이 되도록 하는 ‘톱 러너 제도’나 실시간 전기요금제를 전제로 한 스마트그리드 세상을 앞당겨야 한다. 이후의 결정은 국민이자 소비자의 몫으로 남겨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