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PC업체 HP가 휴대형 컴퓨터를 무기로 일본 무선 데이터 서비스 시장에 진출을 선언, 컴퓨팅업계는 물론이고 이동통신 시장에도 적잖은 후폭풍을 예고했다.
10일(현지시각) 뉴스팩터는 HP가 일본통신(JCI)과 손잡고 50∼100달러의 저렴한 가격에 노트북·넷북·태블릿PC 등을 공급하면서 무선 데이터 서비스 가입자 유치에 나선다고 전했다.
다음달부터 HP는 가입자인증모듈(SIM) 카드와 와이파이(Wi-Fi) 모듈, 사용량에 따라 요금을 산정하는 무선 시스템 등이 탑재된 휴대형 컴퓨터의 일본내 판매를 시작한다. HP와 JCI는 이들 제품 사용자들이 별도의 약정을 하지 않고도 무선 네트워크(최대 7.2Mb/s)에 접속, 사용한만큼 요금을 지불하도록 할 계획이다.
HP의 신야 히라마츄 퍼스널시스템 담당 마케팅 이사는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기기·서비스 등과 관련해) 여러 가지를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무선 데이터 서비스는 일본내 ‘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MVNO)’인 JCI가 대형 이통사업자인 NTT도코모로부터 임대, 확보한 네트워크로 이뤄진다.
업계 전문가들과 애널리스트들은 HP의 이 같은 행보가 일본 무선산업의 룰을 다시 쓰는 계기가 될만큼 매우 주목할 만한 것으로 평가했다.
HP가 이번 사업으로 사실상 MVNO로서 무선사업자의 위상까지 확보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HP가 네트워크에 연결되는 기기의 종류를 결정할 수 있고 자체적으로도 무선통신 이용에 따른 매출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곧 일본의 3대 이통사업자인 NTT도코모·KDDI·소프트뱅크 등에게도 위협이 되며 이통사업자 중심의 힘의 구도에 변화를 가져올 수도 있다.
그동안 통신사업자들은 휴대폰·PC 등의 네트워크 접근과 부과되는 요금 등에 결정권을 쥐고 있었지만 최근 애플이 아이폰 사용자의 통신매출 가운데 일부(30%)를 가져가는 것처럼 새로운 역학관계를 형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시도가 가능해진 배경은 지난해부터 가속화된 일본의 MVNO사업이다. MVNO는 이동통신망을 갖추지 못한 사업자가 기존 통신사업자로부터 망의 일부를 빌려 각종 부가이동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를 일컫는다.
이미 일본 소프트뱅크가 지난 2월 이모바일과 데이터 분야 서비스를 시작했고, 내년 2월 세계 1위 휴대폰업체 노키아가 역시 NTT도코모의 망을 빌려 이 시장 진출을 꾀하고 있다. MVNO는 휴대형 컴퓨터는 물론이고 스마트폰, 웹 지원 디지털카메라, 내비게이션 시스템 등 다양한 기기가 결합돼 더욱 확산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물론 아직 일본 소비자들이 HP가 제안하는 3G 무선 서비스에 반응할지는 명확치 않다는 점에서 신중론도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HP가 JCI와 제휴로 다른 대형 통신사업자들의 견제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한 위험을 안고 시작하는 게임이라는 평가도 내놓고 있다.
하지만 HP가 이번 사업으로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더라도 여기서 확보한 시장 경험을 MVNO 관련 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인 한국을 비롯해 다른 시장에 적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시도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어 향후 사업 성과가 주목된다.
이정환기자 victo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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