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게임 업체들이 설립 10년을 속속 넘으면서 게임 업계에서 일하는 인력들의 연령도 높아졌다. 다른 업종에 비해서는 여전히 젊지만 이제 게임 업체의 팀장 정도 자리에 오르려면 30대 중반은 돼야 한다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안현석 넥슨모바일 개발 1팀장은 게임 업계에 손꼽히는 젊은 피다. 1983년생으로 올해 나이 26세. 보통 회사 같으면 막내급 사원이지만 넥슨모바일의 대표작을 만들어내는 개발 1팀장이다. 사내 최연소 팀장임은 물론 팀 내에서 본인보다 어린 직원이 한 명에 불과하다.
안 팀장은 “팀원 대부분이 저보다 나이가 많기 때문에 팀장 노릇보다는 연장자 대우를 확실하게 하는 편”이라며 “팀원들의 의견을 더욱 경청하게 되니까 게임 개발할 때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나이는 단지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은 비단 중장년 층에만 해당하지 않는다. 이제 20대 중반이지만 안 팀장을 주축으로 만든 모바일게임 ‘메이플스토리 해적편’은 올해 넥슨모바일 최대 히트작으로 자리매김했다. 4월 말에 출시한 이 게임은 현재 다운로드 80만을 돌파했다. 다음 달 말이면 밀리언셀러 돌파가 유력하다.
그는 사내에서 전설적 인물로 통하고 있다. 단순히 최연소 팀장이라는 호칭보다 입사하게 된 계기부터 남다르다. 그가 2004년에 혼자서 기획하고 제작한 모바일 게임이 SK텔레콤 게임 평가단의 심사를 통과했다. 당시 모바일 게임 시장 환경에서 국내 1위 이동통신사인 SK텔레콤에 게임을 공급하기란 내로라하는 모바일게임 업체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당연히 스무살을 막 지난 청년이 혼자서 만든 작품이 SK텔레콤 평가단을 통과했다는 사실은 모바일 게임 업계의 화제로 떠올랐다. 넥슨모바일 인사팀은 이를 계기로 그의 영입에 열을 올렸다. 안 팀장은 20세 때 최연소 프로그래머로 넥슨모바일에 합류했다. 처음에는 막내급 프로그래머로 활동했지만 점차 실력을 인정받아 팀의 주축이 됐다.
안 팀장은 ‘삼국지 무한대전2’와 ‘렛츠골프’ 시리즈 등을 개발하며 실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클라이언트는 물론 네트워크 프로그램까지 개발했다. 여느 모바일 게임 개발자와는 다르게 싱글과 네크워크 플레이 분야에 정통했다. 그는 지난해 출시한 ‘메이플스토리 도적편’에서 메인 프로그래머로 참여하며 회사의 핵심인재로 확실하게 떠올랐다.
드디어 올 4월에 넥슨모바일 개발1팀장으로 승진을 했다. 그는 최연소 팀장이 됐지만 덩치에 걸맞지 않게 어깨에 전혀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누구에게나 겸손한 미소로 대하며 나이 많은 팀원들에게는 친형처럼 깎듯이 대한다.
안 팀장은 “제가 팀장이 된 것은 전부다 우리 팀원 덕분”이라며 “팀원들이 함께 고생해 메이플스토리 해적편의 흥행 성적도 좋게 나왔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현재 안현석 팀장은 모바일 메이플스토리 해적편의 차기작 기획 준비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몸은 바쁘지만 마음만은 풍요롭다. 연말에 모바일 메이플스토리 시리즈 1000만 다운로드 달성을 꿈꾸고 있기 때문이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 사진=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