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무역기구(WTO)가 중국의 영화·서적 등에 대한 수입 규제가 국가간 자유무역의 원칙을 침해했다며 시정조치를 요구했다.
12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 등 외신은 WTO의 이 같은 결정을 일제히 보도하며 미국과 유럽 등이 지속적으로 불만을 제기해온 중국의 통상정책에 제동이 걸렸다고 전했다.
WTO의 이번 결정으로 미국 등의 관련 업계는 CD·DVD, 디지털 음악파일, 출판물 등의 콘텐츠 시장에서 운신의 폭을 넓힐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콘텐츠 불법복제와 관련된 저작권 보호 이슈와 관련된 중국과 서방 측의 힘겨루기도 더욱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WTO 분쟁조정위원회는 이날 중국의 현행 시청각 제품의 수입·배포 체계가 국제 무역 규정과 2001년 중국의 WTO 가입 조건들을 위반했다고 밝혔다.
특히 미국 업체들이 중국에서 잡지와 CD, 비디오 등을 판매할 때 반드시 정부의 승인을 받거나 정부 소유의 회사를 통해서만 판매할 수 있도록 한 것은 공정하지 못하며 외국 업체들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론 커크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이와 관련된 성명을 통해 “미국의 창의적인 산업에 있어서 의미있는 승리”라며 “합법적인 미국 상품은 물론 생산자와 배포자의 중국시장 접근을 보장할 수 있는 중요한 진전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미 의회로부터 대중국 무역적자를 줄이라는 압력을 받고 있는 오바마 정부가 출범 후 중국을 상대로 한 무역분쟁에서 첫 승리를 거두게 됐다고까지 평가했다.
관련산업 분야의 반응도 일단 긍정적이다.
댄 글릭맨 미영화협회 회장은 WTO 결정을 ‘커다란 승리’라고 표현하며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하지만 이번 결정이 곧 바로 중국시장에서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은 이에 대해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았지만 항소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 양측은 60일간의 유예기간을 갖게 되며 WTO의 결정에 항소할 수 있다.
미국과 중국은 서로 두 번째로 큰 규모의 무역 상대국으로 지난해 양국간 교역규모는 4080억 달러에 달했다.
이정환기자 vict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