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유업계, 전기차 충전시설 확충 `잰걸음`

 일본 정유업계가 전기자동차(EV) 충전시설 시장 선점을 위해 발빠르게 나서고 있다.

 가까운 장래에 전기차가 자동차 시장의 주류를 형성할 경우 성장성이 꺾일 것으로 예상되는 정유사업을 대신해 전기충전소 사업을 차세대 먹을거리로 육성한다는 취지다.

 산케이신문은 최근 니폰오일(신일본석유), 이데미쓰고산, 재팬에너지 등 석유화학 대기업들이 EV용 급속 충전기를 설치한 ‘차세대 주유소’의 실증실험에 잇따라 나서고 있다고 13일 보도했다.

 니폰오일은 10월부터 도쿄·카나가와 등을 중심으로 전국 22개소의 주유소에 급속 충전기를 도입하기로 했다. 재팬에너지도 10월부터 수도권에 12개소, 이데미쓰고산은 오는 11월 5개소에서 급속 충전기를 설치한다.

 현재 카나가와현에 EV용 급속 충전시설 2개소를 보유한 코스모석유는 10개소 이상으로 확대해 설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들 기업의 급속충전기는 30분만에 배터리용량의 80%를 충전할 수 있다. 약 130㎞를 주행할 수 있는 전력이다. 일반 충전기가 충전에 7∼8시간 걸리는 데 비하면 획기적이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올해 수정예산으로 20억엔을 편성, 차세대 주유소의 설립을 지원하면서 각 정유사의 부담이 훨씬 가벼워진 것도 급속충전소의 확산요인으로 작용한다.

 니폰오일은 급속충전기 확충과 더불어 미쓰비시자동차의 EV ‘아이미브’ 20대를 도입해 고객에게 일정기간 무료로 제공, 차세대 주유소 품평작업을 실시할 예정이다. 충전 대기시간 동안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도 개발 중이다.

 쇼와쉘은 닛산자동차와 공동으로 자사의 태양전지와 닛산의 리튬이온 배터리를 사용한 충전 시스템을 새로 개발할 방침이다. 급속 충전기 처럼 30분 완전충전이 목표다.

 일본에서는 EV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차세대 에코카로 부상하고 있지만 1회 충전 후 주행거리가 짧아 보급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아미비브’의 경우 충전 후 주행거리가 160㎞ 남짓이어서 전국 주유소를 활용한 급속충전소 확충이 시급한 실정이다.

 최정훈기자 jhchoi@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