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 업계 "고맙다 PVR·HD채널"

 최근 케이블TV업계가 디지털케이블 가입자 확보에 올인하고 있는 가운데 그간 미운 오리새끼로 불렸던 ‘PVR(개인용 비디오 녹화장치)’와 ‘HD(고화질) 채널’이 디지털방송 확대에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셋톱박스에 하드디스크를 장착, 방송 실시간 녹화가 가능하게 한 PVR는 아날로그 시절 확산 속도가 느렸지만 디지털케이블 가입자 사이에서 뛰어난 성능이 유명세를 타면서 ‘PVR를 이용하기 위해 디지털로 간다’는 신조어를 낳았다. 스포츠채널을 중심으로 확산됐던 HD급 채널도 이를 보기 위해 ‘디지털’로 바꾸는 가입자가 늘고 있다.

 13일 CJ헬로비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국내 최초로 출시한 ‘헬로TV HD PVR’가 시작 초기의 우려와는 달리 매출의 변곡점을 넘으며 순항하고 있다.

 처음엔 가입자 정체로 서비스 자체가 힘들었지만 디지털케이블 확산이 본격화된 올 초 이후 PVR 이용도 급증, 매달 수십%의 가입 증가를 보이고 있다. 이는 PVR 이용 고객의 긍정적인 평가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헬로 PVR는 150여개의 실시간방송은 물론이고 HD방송 프로그램을 최대 70시간(SD방송 기준 150시간)까지 녹화, 저장할 수 있다.

 CJ헬로비전 측은 “메리트 부족 등을 이유로 디지털케이블로의 전환을 주저했던 가입자들은 일시정지, 돌려보기, 예약 녹화, 타임머신TV 등 다양한 부가기능을 보고 마음을 고쳐 먹고 있다”며 “부가 서비스로 시작했지만 PVR가 디지털 전환을 주도·가속화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 등 디지털방송 전환이 우리보다 빨랐던 해외도 PVR가 디지털 확산을 이끈 전례가 있다. 호주 폭스텔은 신규 가입 셋톱박스의 80%가 PVR를 사용하고 있고 미국 또한 지난 2분기 동안 PVR 설치 대수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NDS는 2003에 처음으로 PVR 수신 제한 솔루션 판매를 시작, 지난 2007년 400만대를 돌파했고 지난해에는 800만대를 공급, 조만간 1000만대 돌파를 준비하고 있다. 에이브 펠리드 NDS 회장도 “한국도 곧 PVR의 장점을 이해하고 사용률이 늘게 될 것”이라며 “PVR 가격도 점차 떨어질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디지털케이블 초기 ‘비용만 많이 들고 실익이 없다’는 이유로 외면 받았던 HD급 콘텐츠도 케이블 시청자 사이에서 HD 마니아까지 형성하면서 디지털케이블 가입자를 늘리고 있다.

 케이블TV협회 측은 “HD채널은 디지털로의 고객 흡입을 위한 좋은 상품”이라며 “최근 콘텐츠의 중요성도 높아지면서 HD 콘텐츠가 케이블 공급 가격을 결정하는 중요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정훈기자 existe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