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에스타’는 유럽에서 낮잠 자는 시간을 일컫는 말이다. 특히 스페인식 낮잠법은 열쇠뭉치를 쥐고 소파에 팔을 걸친 채 잔다. 잠이 깊이 들어 열쇠뭉치를 떨어뜨리면 바로 깰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낮에 너무 깊게 오래 잠들면 몸이 처지기 때문에 시간 감각을 잃지 않고 낮잠을 즐기려는 지혜에서 비롯된다. 너무 깊이 잠들면 깨워주는 열쇠뭉치처럼 일상에서도 우리를 흔들어 깨우는 열쇠뭉치 같은 것이 있었으면 좋겠다.
처지는 사람의 마음을 흔들어 깨우는 것은 위기감이다. 슬럼프나 무기력증에 빠지는 것은 위기감을 잃어버렸을 때다. 평생 이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고 언제나 무지개빛 권력은 내 것일 것 같을 때 매너리즘은 밀려온다. 위기감은 마음이 쥐고 있는 열쇠뭉치다. 하지만 위기감은 언제 어떻게 누가 뒷덜미를 잡을지 모른다는 정글의 법칙으로만 설명하기엔 좀 모자라다. 뒤처지지 않기 위해 달리는 사람보다 더 높은 기록을 위해 달리는 사람이 더 아름답다. 뒤에 오는 사람이 무서워서 도망가는 위기감이 아니라 더 잘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는 위기감이 더 권장할 만하다.
‘넘버 원’보다 ‘온리 원’이 되고자 하는 세상에서 남을 의식한 위기감은 구차하고 비참하다. 1등이 되려고 뛰는 것이 아니라 나만의 색깔을 내기 위해서 고심하는 것이다. 남을 이기기 위해서 위기감을 갖는 것보다 나를 넘기 위해서 위기감을 갖자. 위기감은 역동적인 생명력을 만들고 뜨겁게 달아오르는 열정을 가동시킨다. 위기감은 없던 집중력을 높이고, 찾지 못한 창조력도 발휘하게 한다. 예전에 그 뜨거운 눈빛이 왜 사그라졌을지 스스로에게 자문해 보자. 누구와의 잣대가 아닌 스스로와의 경쟁에서 탁월함을 추구하자. 적당한 쉼도 필요하지만 적절한 위기감도 놓치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