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문사회학계 키워드는 ‘통섭’이라는 단어와 그 개념이다.
학계는 ‘Consilience’의 한자표기인 ‘통섭’에 대해 학제 간 통합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통섭이라는 단어가 지식인 사회에서 회자되는 이유는 근대 이후 학문의 세분화가 가져온 지식의 파편적 이해에 기인한다. 파편적 이해는 결국 인간과 사회의 편협한 결말로 오도될 수밖에 없다는 반성으로 귀결된다. 한쪽 다리만 만져보고는 코끼리의 실상을 파악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인간과 사회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사회과학과 인문학뿐 아니라 신학과 자연과학까지 폭넓게 알고 소통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연한 이야기다. 일부 지식인들은 통섭을 새롭게 발견한 복음이라도 되는 것처럼 흥분하고 있지만 동양적 학문 태도는 정서적으로 이미 통섭의 경지에서 출발한다. 쉽게 풀이하자면 총체적 이해가 없으면 결국 학문도 비즈니스도 가능하지 않다는 이야기다.
디지털 테크놀로지는 지난 수십년간 경이로운 발전을 해왔다. 모든 산업분야에서 적용이 되고 있고 그 영역이 날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과학의 발달이 산업 혁명의 물적 토대를 형성한 것처럼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발전은 현대 사회를 정보화 사회로 유도하고 있다. 이미 정보화시대에 도달했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유무선 네트워크의 발달로 이제는 실질적 유비쿼터스가 가능해졌다. 디지털 비즈니스를 위한 인프라가 완성된 것이다.
이제부터는 통섭이 필요하다. 디지털 비즈니스의 통섭이 필요한 것이다. 어느 한 산업 분야의 일방적 독주는 결국 디지털 비즈니스의 장래 전망을 암울하게 만들 수 있다. 예를 들어 디지털 콘텐츠의 적절한 평가와 가치 인정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결국 디지털 비즈니스는 지속적인 성장을 하기 힘들다.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최종 목표는 결국 콘텐츠기 때문에 콘텐츠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와 인재 양성은 반드시 필요하다.
최근 그 의미가 보편화돼 가고 있는 디지털 사이니지라는 개념은 디지털 비즈니스의 지속 성장을 위해 디지털 테크놀로지를 활용한 여러 분야의 통섭이 필요함을 보여주고 있다.
크게 세 분야의 통섭이 필요하다. 디지털 콘텐츠와 소프트웨어 그리고 하드웨어의 유기적 결합이 필요하다. 각자는 따로 발전해 결국 하나로 응용돼야 한다. 속성상 하드웨어는 대기업의 주도적 역할이 필요한 분야고, 솔루션과 콘텐츠는 전문기업이나 창의적 그룹을 통해 생성돼 하드웨어와 결합해야 한다.
디지털 사이니지는 디지털 테크놀로지를 활용해 모든 사람에게 공감각적 정보, 재미와 미디어 아트를 제공하는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종합 비즈니스다. 방송과 같이 거대 시설이 필요하지 않고도 원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정보와 재미를 제공할 수 있다. 최근 OOH(Out of Home) 광고계에서는 이미 많은 성공 사례들이 보고되고 있고, 그 확장 가능성을 확신하고 있다. 늘 첨단 기술과 새로운 콘텐츠를 갈망하는 광고계에서 이미 많은 레퍼런스가 생겨나고 있다.
시장에서 돈을 벌기 위해서는 함께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 판이 커져야 가져갈 것도 많게 된다. 지금까지는 개별적으로 발전해 온 디지털 비즈니스가 이제는 통섭되고 협력돼야 한다. 인간과 사회의 총체적 이해를 위해서는 학문 간 경계를 뛰어넘는 발상과 노력이 필요하듯이, 디지털 비즈니스의 새로운 시장을 위해서는 관련 분야들의 균형적 발전과 다른 산업부문에 대한 총체적 이해와 협력이 필수적이다.
김홍열 성공회대 겸임교수·에이스텔 영상사업 총괄 Hy.Kim@acete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