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과 잦은 비로 시원한 여름날씨가 이어진 탓에 일본에서 에어컨 판매량이 급감하고 있다.
산케이신문은 에어컨 제품 성수기인 지난 7월 가정용 에어컨 출하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0% 이상 감소한 109만대 미만에 그칠 전망이라고 18일 보도했다.
일본냉동공조공업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7월 가정용 에어컨 출하대수는 전년 동월비 60.3%나 증가한 157만대였다. 작년 여름은 무더위와 잦은 열대야로 에어컨 업계가 호황을 누린 셈이다. 실제 지난해 7월에는 35도 이상의 무더위를 기록한 날이 도쿄에서만 7일이나 됐다. 하지만 올들어서는 7월은 물론 8월 17일 현재까지도 35도 이상 무더위는 단 하루에 불과하다.
협회가 아직 올 7월 통계를 내놓지는 않았지만 에어컨 대기업인 다이킨공업과 미쓰비시전기는 지난 7월 시원한 여름 여파로 에어컨 수요가 전년대비 30% 이상 감소한 것으로 추산했다. 이 같은 추세라면 연간 전체의 에어컨 출하대수도 2년만에 큰폭의 마이너스 성장이 불가피하다.
경기불황의 영향으로 신설 주택 착공 건수가 줄어든 것도 에어컨 수요감소의 요인으로 작용한다. 올 4월부터 6월까지 3개월 연속 에어컨 수요는 전년 대비 30% 이상 줄었고, 지난 7월의 에어컨 수요 감소 폭은 더욱 커진 것으로 추산된다.
일본 정부가 에너지 절약가전제품의 판매를 촉진하기 위해 도입한 ‘에코포인트 제도’도 에어컨 시장에선 약발이 듣지 않았다. TV와 냉장고 수요는 크게 늘어난 것과는 대조적이다. 한 양판점 관계자는 “불경기 상황에서 TV, 냉장고, 에어컨 모두를 새 제품으로 바꿀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며 “집안 인테리어와 관련된 TV에 에코포인트 효과가 집중되면서 에어컨 시장은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최정훈기자 jhchoi@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