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아침에 뽀빠이 이상용씨가 어느 시골 마을에 가서 노인들을 모아 놓고 재미있게 이야기하는 프로그램을 보았다. 한 할머니가 말했다. “먹을 게 없어서 여러 날을 굶었더니 하늘이 까맣게 보이더라.” 또 어떤 할머니는 “아이 일곱 명을 낳았는데 쌍둥이를 낳았을 때는 먹을 것이 없어서 한 아이를 누구에게 주고 싶어서 경찰서 지서장에게 부탁을 했다”고 말했다. 이런 실정을 나는 어릴 때 눈으로 직접 봐서 잘 아는데도 오래 잊고 살던 일이라 한참 생각에 잠겼다. 그랬다. 우리는 50년 전만 해도 이렇게 가난한 나라였다. 그런데 우리는 세계 11위의 경제대국이 돼 봤다.
지금은 세계 15위라고 해 이렇게 과거형으로 쓰고 보니 마음이 씁쓸하다. 이번 경제 불황이 오기 전 골드만삭스는 2006년과 2007년의 연차 보고서에서 2025년에는 한국의 1인당 GDP가 세계 3위가 되고 2050년에는 미국 다음으로 세계 2위가 된다고 예측했다. 이것은 놀랍고 기분 좋은 소식이었지만 간단히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은 높이임은 부인할 수가 없다. 그러나 이것은 점쟁이가 육감을 짚어서 만들어낸 이야기가 아니고, 세계 최고의 투자기관이 논리적으로 모델을 만들어 변수를 대입해 얻은 결과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세계의 수많은 나라 가운데 우리나라가 과거에 기적적인 성장을 이루었고 앞으로 또 한 번 그런 기적을 이룰 수 있다고 예견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고려의 네 번째 임금 광종은 서기 958년(광종 4년)에 지방 호족의 사병을 없애고 중앙집권제를 실시하면서 관리를 과거로 뽑아 지방의 수령으로 파견했다. 이 과거제도는 공평해서 산골에 사는 농민의 아들도 과거에 붙으면 정승이 되고 판서가 될 수가 있었다. 나는 이 제도가 1000년간이나 지속된 것이 우리나라 고도성장의 원동력이라고 생각한다.
첫째, 과거 때문에 부모가 자식들을 열심히 공부시켰다. 그래서 지금 우리나라의 교육열은 단연코 세계 최고다.
둘째, 우리나라 사람들의 성취욕을 들 수 있다. 과거만 붙으면 정승도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있었으므로 한국 젊은이들은 매우 적극적, 의욕적, 진취적이었다. 그래서 피터 드러커는 “한국이 실리콘밸리보다 더 혁신적(innovative)”이라고 했다.
셋째, 옛날 교육은 논어, 맹자, 대학, 중용, 시전, 서전, 역경 등 경전이 중심이었으므로 도덕적인 인격 함양이 필수였다. 그래서 조선조 500년간은 군대와 경찰 같은 무력이 나라를 다스린 것이 아니고 문과 급제를 한 선비들에 의해 다스려졌다. 이뿐만 아니라 지방은 선비들이 향약을 만들어 자치적으로 도덕사회를 지켜나갔다.
위의 세 가지 문화적인 전통이 과거 우리 성장의 중요한 동인이 됐는데 지금부터 다가오는 시대에는 위의 세 가지 중에서 처음 두 가지는 살아 있는 것 같은데 세 번째는 매우 우려스러운 게 현실이다. 바꾸어 말하면 교육열·진취성은 그대로인데 도덕성은 무너졌다는 것이다. 이대로 가면 우리는 2050년에 가서 세계 2위가 절대로 될 수 없을 것이다. 성장 공식에 대입할 중요 변수인 인간의 질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교육을 이대로 두면 안 된다. 그러면 나라 꼴도 말이 아니거니와 개개의 기업도 엄청난 부담을 지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이것을 해결하는 근본적인 방법은 장기적으로는 가정에서 인성 교육을 강화하는 일이고 단기적으로는 직장에서 인성교육을 강화하는 일이다. 개개 기업이 조금만 방법을 연구하면 적은 시간에 놀라운 성과를 낼 수 있는 투자가 될 수 있음을 강조하고 싶다.
이용태 숙명학원 이사장 ytleee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