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세계도시축전이 열리는 인천 송도. u시티 사이버 홍보관 ‘투모로 시티(tomorrow city)’에는 들르는 사람마다 찬탄하는 공간이 2개 있다. u영상관에 마련된 3D 인터랙티브 라이브 쇼와 고글을 쓰고 보는 미래도시관.
박영민 인디펜던스 본부장(43)이 기획하고 총괄한 두 공간은 증강현실(AR·Augumented reality)을 이용했다. 타임머신을 타고 실제로 미래의 송도 u시티 위를 나는 것 같은 기분은 기본이고 화면 속 인물이 눈 앞까지 말을 걸면 영상과 현실의 경계가 무너지는 느낌을 받는다. 고글을 쓴 채 고개를 돌리면 눈 앞에 있던 캐릭터가 상대방의 머리 위에 올라가는 신기함은 덤이다.
어른들까지 허공에 손을 휘두르며 영상과 소통하게 하는 힘의 밑바탕에는 증강현실이 깔려 있다.
박영민 본부장은 “사람들에게 이야기와 영상을 새로운 방식으로 체험하게 하고 싶은 욕구가 늘 컸는데 AR에서 그 가능성을 찾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에 생소한 AR를 구체적인 작품으로 만들어 내는 길은 쉽지 않았다.
박 본부장은 “AR에 가장 중요한 것은 상호작용인데, 관람객의 반응을 예측하기 어려웠고, 누구도 해보지 않은 영역이라 기준점이 없으니 답답하기도 했다”고 제작 과정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관객과 상호작용을 위해서는 무대 곳곳에 보이지 않는 카메라와 센서를 부착해야 하다 보니 컴퓨터 앞에서 그림만 그리던 디자이너들은 기계와 씨름하는 일도 발생했다.
인천세계도시축전 주제 영상인 ‘시티 파라디소’까지 3개의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하다 보니 직원들 모두 지난 2개월은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출근하기가 일쑤였다.
박 본부장은 “어느날 기계장치 옆에서 직원들이 쪽잠이 든 것을 보는데 정말로 눈물이 앞을 가렸다”고 말했다.
이 같은 고생의 결과는 관객들의 호응으로 돌아왔다. 관객들은 어른아이 할 것 없이 7분 남짓한 상영시간 동안 박수치고, 몸을 움직이며 영상을 체험한다. ‘3D 인터랙티브 라이브 쇼’는 세계 최초로 AR을 활용한 라이브쇼라는 기록도 세웠다.
그는 “앞으로 미디어 환경이 바뀌고 경쟁이 치열해지면 새롭고 실험적인 방식이 필수요소가 된다”며 “AR은 새로운 부가가치를 낳는 콘텐츠를 제작하는 수단이 될 것이다”고 예상했다.
목공예를 전공한 미술학도에서 CG디렉터로, 3D애니메이션 감독에서 AR의 선구자로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해 온 박영민 본부장. 그는 오는 9월부터 청강문화산업대 애니메이션학과 교수로 새로운 삶에 도전한다.
이수운기자 per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