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슨 2조 투자, `LG-노텔` 인수 염두했나?

 ‘에릭슨의 2조원 투자는 LG-노텔을 염두에 둔 발언(?).’

 최근 통신업계에 노텔이 지분 매각을 추진 중인 LG-노텔과 에릭슨의 한국 투자계획을 연관짓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에릭슨의 투자금액과 고용규모, 향후 사업방향 등이 모두 LG-노텔의 인수가격·인원, 국내 통신장비 시장에서 차지하는 위상 등이 대부분 일치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에릭슨이 캐나다 노텔의 LG-노텔 지분 인수를 감안, 이명박 대통령의 스웨덴 방문에 맞춰 투자계획을 발표했던 것이 아니냐는 추측까지 내놓고 있다.

 ◇에릭슨 발표에 ‘딱’ 맞는 LG-노텔=에릭슨은 지난 7월 한국에 향후 5년간 2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투자금액이나 현실성 논란이 있기는 했지만 가능성은 열려 있는 상황이다. 당초 에릭슨은 투자를 언급하면서 일본과 비슷한 규모를 할 것이라는 언급이 있었다. 일본의 고용규모가 1000명 정도였다.

 노텔이 매각을 진행 중인 LG-노텔 지분 예상가격은 현재 1조원 정도다. 또 임직원은 1300명 정도. 이 중 연구인력(연구소)이 900명 정도다.

 외형상으로는 에릭슨이 언급한 투자규모와 LG-노텔의 조건이 거의 일치한다.

 ◇4G 사업권 전략도 일치=에릭슨의 한국 투자 목적은 롱텀에볼루션(LTE) 연구개발(R&D)과 한국 시장 진출이다. 투자계획 발표에서도 한국에서의 LTE사업 참여를 전제로 했다.

 한국내 이동통신 구축은 그동안 삼성과 LG가 양분해 왔다. 4세대(G) 투자에 있어서도 이 같은 구도는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LG-노텔이 다국적 통신장비업체들의 관심을 받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에릭슨에게 LG-노텔은 한국에 LTE를 공급할 수 있는 가장 빠르고 안전한 길이 될 수 있다.

 특히 LG전자를 비롯한 LG그룹이 LTE 개발에 전념하고 있는 것도 에릭슨으로서는 호재다. LG전자의 LTE 연구에는 LG-노텔이 깊숙히 관계돼 있다.

 ◇아직은 그럴듯한 ‘시나리오’=이 같은 전망에 LG그룹의 한 임원도 ‘가능성 있는 얘기’라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가능성 중의 하나로 예의주시하는 수준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에릭슨 같은 세계적인 기업이 새로운 파트너가 된다면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여러 가지 조건을 감안할 때 넘어야할 산이 많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에릭슨이나 LG-노텔의 입장보다는 노텔 혹은 노텔 채권단이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가 모든 판단의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에릭슨이 한국에 대한 연구개발(R&D) 투자를 단행키로 한 마당에 인수합병(M&A)으로 전환하면 이에 대한 논란이 만만찮을 전망이다.

 에릭슨코리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지금으로선 밝힐 내용이 아무 것도 없다”고 말했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