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말기 보조금 줄여 이통요금 내릴것”

“단말기 보조금 줄여 이통요금 내릴것”

 방송통신위원회가 이동통신사들이 단말 보조금을 줄이는 대신 통화요금을 내리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방통위는 최근 통신사업자들에게 ‘단말기 보조금을 낮춰 요금을 인하하는 요금제(안)’를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방통위는 또 선불요금제와 무선데이터 요율을 낮추고 가상이동통신망사업(MVNO) 활성화를 통한 요금인하를 추진하기로 했다.

 전성배 방통위 통신이용제도과장은 20일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이동통신 요금현황 및 정책 방안 세미나’에서 ‘이동통신 요금 및 통신비 정책방안’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전 과장은 “단말기 보조금을 통한 이통사의 가입자 유치경쟁을 요금인하를 통한 장기 이용자 확보 경쟁으로 전환하도록 할 것”이라며 “단말 보조금을 지급받지 않는 이용자에 대한 차별적 요소를 해소하겠다”고 말했다.

 연간 6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는 단말 보조금을 낮춰 요금인하에 쓰이도록 한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범용가입자식별모듈(USIM)이 발달되지 않아 단말 교체가 잦고, 고가 단말에 대한 선호가 높아 단말 보조금이 요금에 반영된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통신업계는 현재 국내시장에서 ‘일반 요금’과 ‘보조금’은 형성되는 메커니즘이 다르다는 점 때문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으며, 방통위의 관련 요금제(안) 제출 요청에도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방통위는 이와 함께 저소득층, 청소년, 노인 등 소량이용자를 위해 선불요금 인하를 추진할 방침이다. 또 무선데이터 요금이 상대적으로 비싸 활성화 장애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만큼 무선데이터 요금 인하도 유도하기로 했다. 방통위는 또 “중장기적으로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요금수준 기준을 마련해 조사를 통해 결과를 발표하고 요금을 개선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통사에 새로운 요금제를 출시하거나 요율을 내리도록 할 제도적 근거가 없어 방통위의 압박이 한계가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정부가 사업자에게 요금 변경을 명령할 수 있는 법적 근거(전기통신사업법 30조)는 지난 2007년 1월 3일 폐지된 바 있다.

 신용섭 방통위 통신정책국장은 “기본적으로 MVNO 제도 도입 등 경쟁이 활성화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시장 자율적으로 요금이 인하될 수 있도록 유도할 것”이라고 다시 한번 경쟁을 통한 요금인하를 확인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업계, 학계, 시민단체 등에서 이통요금 인하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하성호 SK텔레콤 상무는 “국제 요금비교의 불합리한 점 때문에 일본에서도 자체적으로 요금수준을 평가하고 있으며, 이통요금 논의는 요금인하와 함께 투자, 산업 활성화 등을 고려해 종합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충섭 KT 상무는 “세계적인 트렌드를 볼 때 정부의 개입은 바람직하지 않고 이통사의 요금수준이 과다하게 높다고 판단되면 소비자가 구매행위를 통해 응징하는 구도가 맞다”고 말했다. 김형곤 LG텔레콤 상무는 “MVNO와 선불요금제 활성화 등 경쟁 도입을 통한 요금인하를 추진할 때는 보조금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윤명 소비자시민모임 부장은 “이동통신 가입자는 계속 늘고 있지만 기본료과 통화료는 2004년 이후 변화가 없다”며 “이통사들의 마케팅 전략인 할인제도가 아닌 실질적인 요금인하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는 다음 달 2일 방송통신위원회와 미래기획위원회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이동통신요금 2차 정책세미나’를 개최한다. 최시중 방통위원장이 참석하는 이날 세미나에는 업계 등에서도 대거 참여할 예정이어서, 통신요금과 관련한 공방은 한층 가열될 전망이다.

심규호·황지혜기자 khs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