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포럼] 유씨 귀환 이후의 對北 정책

[통일포럼] 유씨 귀환 이후의 對北 정책

개성공단의 설비 인력으로 가 있던 유씨는 4개월 반 동안 제 직무의 자리를 떠나 본인 의사와 달리 격리의 시간을 지내다가 서울로 귀환했다. 그에게 북한이 의심할 만한 특별한 의도를 찾으려고 했을지 모르나 그런 게 있을리 없었던 것이다. 그렇기에 그의 귀환은 너무나 당연하며 더구나 그렇게 긴 시간이 걸려야 할 일도 결코 아니었다. 유씨의 귀환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방북 성과를 보면서 남북 간의 답답한 상황이 그리 오래 걸릴 일이 아니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북한이 주변과 글로벌 정치경제 환경을 제대로 이해하는 데 소요된 시간만큼의 일정이 한 사람에게는 억류기간을, 남북사업의 영향을 절대적으로 받는 구조의 현대아산에는 속수무책의 시간을, 이명박정부를 포함한 모든 이에게는 안타까움의 때를 더했다. 이제는 당연해야 할 일들이 부당하게 계속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유씨의 귀환을 계기로 헝클어졌던 문제를 제 위치에 있게 하는 방안을 철저히 강구해야 할 것이다. 또 현정은 회장의 방북 성과를 통해 좁혀져만 가던 남북교류의 문이 다시 열리게 된만큼 남북 모두가 통일의 미래를 향한 길을 잘 만들어 나가야 한다.

 이번 사태로 먼저, 남북 교류의 끈을 놓치지 않도록 해야 함을 깊이 새겨야 한다. 열린 문을 닫고, 다시 열 때 치러야 할 대가는 만만치 않다. 개성공단 입주업체들은 위태로운 상황 속에서 사업을 지탱해 나가야만 했고, 북한은 헛된 명분 탓에 경제적 곤란을 더했으며 한국은 통일 지향의 국가 대계와 멀어지는 불안한 경험을 하게 됐다. 남북 교류의 임계선 수위는 북한이 쥐고 있는 형국이 지금껏 계속돼 왔다. 가진 자나 베풀 자의 위치에 있지 않은 북한이 그 열쇠를 가진 상황은 모든 것을 어렵게 만들 때가 많았다. 이제 북한의 고위당국자는 분명히 깨달아야 한다. 그들이 많은 시도를 해봤지만 자신의 의도대로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한국과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열린 자세로 나아가야 한다.

 다음으로 상대를 배려하는 정책적·전략적 남북 교류의 추진이 절대적으로 요구된다. 아무리 바람직하게 보이더라도 일방적인 것은 무정책보다 더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며 효과를 내지 못했고 반발요인만 돼 왔다. 강령적 접근이 아니라 소프트한 시도가 더 효과를 발휘하게 된다. 이번 광복절에 이명박 대통령이 경축사에서 표현한 ‘사랑하는 북녘 동포’라는 말은 굳어 있는 북한 당국자를 돌이킬 또 다른 의미의 정책적 접근이라 할 수 있다. 현 회장의 시도와 1차적 성공이 훌륭한 정책에서 나왔다고 보지는 않는다. 많은 준비를 했겠으나 금강산의 추도 자리에서 제안과 박대하는 것처럼 보인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기다려 김정일 위원장의 마음을 돌린 데서 회복의 단초가 나왔음을 알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남북 교류 협력의 확대 방향을 향후 인적 교류를 강화하는 목적지향적 접근으로 강화해야 한다. 인도적 지원이나 경제적 조치 등 다양한 시도와 경험을 가지고 있으나 일시적 순간에 정지될 때 지난 10년이 무의미하게 됨을 경험했다. 결국 지속가능한 남북교류는 그 기반이 튼튼해야 함이 분명하다. 남북 교류는 대북 인적 기반 네트워크에서 다시 시작점을 찾았음을 기억하고 인적 교류를 다양한 영역에서 확대시켜야 할 것이다.

 정치·경제·사화문화·교육 및 과학기술 등 다양한 영역에서 사람 냄새나는 훈훈한 교류를 이뤄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산가족의 상봉과 같은 피의 뜨거움이 있는 만남은 우선해야 할 과제다. 인적 교류 즉, 만남으로 북한도 우리도 상대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지게 되고, 앎으로 인한 책임의 영역도 커지게 될 것이다. 과학기술자도 북한의 연구자들이 세계 속의 자기 위치를 확인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그들의 강점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곧 북한의 경쟁력이 될 것이다. 글로벌 과학기술정보를 공유하고, 그들의 수준이 연구 환경이 구비되지 못해 떨어진다 할지라도 공동 연구 영역을 확대시켜 나감으로써 그들의 인적 역량을 강화시키는 데 함께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다양한 장소, 다양한 주제로 남북의 연구자들이 토론할 수 있도록 하고, 북한의 IT 인적 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시공간을 확보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유씨의 귀환이 당연하듯 남북의 활발한 교류가 다시 시작해야 하는 것 또한 당연하다. 그의 억류는 분명 고통이었으나 교훈으로 삼아 헛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최현규 KISTI 정보서비스실장 hkchoi@kist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