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인생은 아름답고, 역사는 발전한다

 김대중 대통령이 현충원에 어제 영면했다. 고 김 전 대통령은 197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30여년간의 민주화를 선도하며 우리나라 정치사에 큰 획을 그은 인물이다. 민주주의와 남북 화해에 헌신했고, IMF 구제금융 사태를 극복한 ‘준비된 대통령’이었다. 그는 떠나며 ‘인생은 생각할수록 아름답고 역사는 앞으로 발전한다’는 마지막 일기를 남겼다. 파란만장한 자신의 삶을 돌아보면서, 그가 ‘인생은 생각할수록 아름답다’고 한 의미를 두고 두고 되새겨볼 일이다. 역사가 퇴보하지 않고 앞으로 발전해 나간다는 정치인의 일기에서 한 시대를 인동초처럼 살아온 대가의 체취가 느껴져 새삼 가슴이 저려온다.

 석 달 새 우리는 아쉽게도 전직 대통령 두 명을 잃었다. 나라의 대통령을 지낸 원로 두 분이 세상을 떠난 것은 매우 가슴 아픈 일이다. 이들 두 대통령은 한결같이 화합을 외쳤다. 남북과 동서 화합을 위해 몸을 바친 사람들이다. 둘은 자신의 죽음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거나, 국민이 분열로 갈라져서 반목하고 시기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고 노 전 대통령은 유서에서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고 했다.

 그간 정치권은 국민에게 화합이라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노 대통령의 죽음 앞에서 여야는 국민의 뜻을 제멋대로 해석하고 행동했다. 국회가 합심해 경제 현안 문제를 해결하고 토론하는 일을 보여준 적이 언제인지 국민들은 기억조차 못한다. 그러는 사이 또 한 명의 전직 대통령이 운명을 달리했다.

 실체도 불분명한 보수와 진보의 이념적 대립이라는, ‘우리는 옳고 너는 나쁘다’는 이분법적 사고를 멈춰야 나라가 산다. 역사는 어느 하나의 이념이 장악하고, 다른 하나를 완전히 매몰시키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화합하고, 상대를 인정할 때 역사는 발전하며, 그 역사 속에 사는 사람들의 인생도 아름답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