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데이콤 8년만의 설욕…유선 2위

LG데이콤이 유선통신 분야에서 8년 전 하나로통신(현 SK브로드밴드)에 빼앗겼던 2위 자리를 다시 찾아왔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상반기 누적 매출은 LG데이콤이 4천627억원으로 같은 기간 4천560억원을 기록한 SK브로드밴드를 제치고 2위로 올라섰다.

2분기만 보면 LG데이콤이 4천627억원으로 SK브로드밴드의 4천560억원보다 67억 많았으며, 7월에도 LG데이콤은 1천500억원대 중반을 기록, 1천500억원대 초반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되는 SK브로드밴드를 20억-30억원 앞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에는 SK브로드밴드가 1조8천614억원으로 1조6천473억원을 올린 LG데이콤에 비해 2천141억원이나 많았었다.

LG데이콤은 지난 2007년 4분기 이후 7분기 연속으로 두자릿수 매출 증가율을 기록한 반면, SK브로드밴드는 지난 2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5% 감소하는 등 지난해 1분기 이후 매출이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을 보면 양사 성적표 차이가 더욱 두드러진다. LG데이콤은 지난 2분기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각각 50%, 78% 성장한 630억원과 458억원을 기록한 데 반해 SK브로드밴드는 지난해 4분기부터 영업이익이 마이너스로 돌아서면서 올 2분기에는 204억원의 적자를 냈다.

이 회사는 당기순이익도 지난해 1분기부터 지속적인 적자 행진이다.

이 같은 추세로 볼때 올해 연간 실적에서도 SK브로드밴드는 LG데이콤에 유선사업자 2위 자리를 내줄 것이 확실하다. 더욱이 LG데이콤은 자회사인 LG파워콤과 합병을 추진하고 있어 두 회사를 합칠 경우 매출이 3조원대로, SK브로드밴드의 2위 재탈환 가능성은 사실상 희박해질 전망이다.

LG데이콤은 매출액 기준으로 2001년까지 유선통신 2위였지만, 1999년부터 가장 먼저 초고속인터넷을 시작한 하나로통신에 2위를 빼앗겼었다.

특히 하나로통신은 지난 2005년 두루넷을 인수하면서 LG데이콤과의 매출 차이를 분기 기준으로만 1천426억원이나 벌리며 LG데이콤을 멀찌감치 따돌렸었다.

LG데이콤이 밀린 것은 과거에 대한 미련 때문이었다.

LG데이콤은 한때 가입자가 700만명에 달했던 PC통신 ‘천리안’에 안주하면서 인터넷 기반으로의 체질 변화를 하지 못한 것이 회사의 존립 위기까지 초래했었다.

이후 이 회사는 2006년 박종응 현 사장이 취임하면서 패배 의식을 바꾸고 원가를 낮추면서 품질을 높이는 등 와신상담하며 체질정비에 나섰고 2007년 6월말부터 업계 최초로 인터넷전화(VoIP) ‘myLG070’ 사업에 승부수를 던졌다.

이 회사는 인터넷전화 가입자수가 현재 180만에 육박하고 있으며 당초 세웠던 연말 225만의 가입자 목표를 초과달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반면 SK브로드밴드의 경우 주력 사업부문인 초고속인터넷과 유선전화 시장 가입자가 정체되고 있는 데다 경쟁에 따른 마케팅비용이 증가하면서 영업수익성마저 떨어지고 있다.

이 회사는 상반기 인터넷전화 가입자가 38만 증가를 기록했지만 시내전화가 20만 감소를 보인 점을 보면 자사 시내전화 고객이 인터넷전화로 이동한 정도다.

업계에서는 SK브로드밴드가 밀리고 있는 것은 과거 LG데이콤의 전철을 밟았기 때문이라는 진단이 나오고 있어 흥미롭다.

이 회사는 LG데이콤이 인터넷전화로 치고 나가는 것을 보면서도 지난해 3월 208만명까지 이르렀던 일반 집전화(PSTN) 가입자의 이탈을 우려해 소극적인 대응을 한 것이 화를 키웠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현재 이 회사의 일반 전화 가입자는 7월말 기준으로 167만으로 최대 시점보다 40만이 줄었다.

또 SK브로드밴드는 하나로텔레콤 시절 가장 먼저 프리IPTV 사업을 시작했으나 SK텔레콤에 인수되는 등 진통을 겪으면서 고삐를 느슨하게 놓아 후발 사업자에게 추격의 빌미를 제공했다.

지난해말부터 시작된 지상파 재전송 등 실시간 IPTV 서비스 가입자를 보면 7월말 기준으로 12만을 기록, 20만인 LG데이콤에게도 밀리고 있는 형국이다.

업계 관계자는 “8년만에 LG데이콤과 SK브로드밴드의 운명이 뒤바뀐 것은 현실에 안주하며 변화를 주도하지 못할 경우 언제든지 뒤처질 수 있다는 국내 통신업계의 냉혹한 현실을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