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적판 천국’ 중국의 사법당국이 소프트웨어 불법 복제에 대해 이례적으로 강도 높은 철퇴를 가했다. 이는 갈수록 심각해지는 중국 내 소프트웨어 해적 행위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이 거세지는 데 대한 방어용으로 풀이됐다.
24일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 쑤저우 지방법원이 청두 지역 ‘공롼네트워크테크놀로지’의 창업자인 홍 레이 외 4명에게 최소 2년에서 최대 3년 6개월의 징역형과 각각 160만달러의 벌금형을 선고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이번 사건이 중국 내 소프트웨어 저작권 침해 사건 중 가장 규모가 컸다고 전했다.
이들은 무료로 불법 소프트웨어를 내려받을 수 있는 ‘토마토레이(Tomatolei)’ 사이트를 개설한 뒤 마이크로소프트(MS) 윈도 운용체계(OS) 등을 재가공해 배포해 왔다. MS의 윈도XP는 ‘토마토가든 윈도XP’라는 명칭으로 유통됐다.
중국에서 PC 사용자들은 단돈 2달러면 ‘토마토가든’과 같은 소프트웨어를 내려받을 수 있다. 일부 소프트웨어 재판매 업체들은 ‘토마토가든’을 CD 형태로 제작해 판매하거나 아예 PC에 설치해 판매하기도 한다.
소프트웨어 기업 모임인 사무용소프트웨어연합(BSA)은 이번 결정에 대해 “중국에서 자행되는 대규모 소프트웨어 불법 복제에 대한 최초의 성공적인 법적 조치”라며 “불법 행위를 근절하기 위한 중국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대대적으로 환영했다. 지난해 BSA는 중국 정부에 토마토레이의 사례를 조사해 줄 것을 요청했었다.
중국 법조계도 이번 선고를 주목해야 할 형사소송 사례라고 지적했다.
상하이 소재 하워스&렉슨의 양 춘보 지식재산권 전문 변호사는 “그동안 소프트웨어 불법 복제에 대한 수천만위안짜리 민사 소송이 소액 벌금 부과로 끝나는 경우가 허다했다”며 “이번 벌금 액수는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외신은 중국 당국의 이러한 움직임을 최근 고조되는 국제사회의 비난을 잠재우기 위한 것으로 분석했다.
지난주 미국 하원의 하워드 L. 버만 민주당 의원은 “중국의 지식재산권 도용을 막기 위한 의지가 약하고 관련 조치도 비효율적이어서 매년 수십억달러의 피해를 본다”고 경고했다.
중국의 불법 복제로 인한 피해가 막대하다고 주장해 온 MS와 다른 주요 SW 기업들도 성명을 통해 “이번 판결은 중국 가짜 소프트웨어에 대한 강력한 경고”라고 강조했다.
한편 판결과 관련해 중국 내 ‘토마토가든’ 사용자들은 인터넷에서 “PC를 사용할 형편이 안 되는 이들에게 토마토가든과 같은 소프트웨어는 싼 값에 PC를 사용할 기회를 제공한다”며 반박해 빈축을 샀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