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서비스뉴딜 5만을 제안한다

[ET단상]서비스뉴딜 5만을 제안한다

 나는 지금의 경기 불황이 산업혁명 이후 지금까지 우리 삶을 지배해 온 제조업 지상주의, 물질만능주의에 종식을 고하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잉태하는 거룩한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제조업은 그동안 끊임없이 치솟는 재료비와 제조원가를 이유로 사람을 해고하고 자동화로 계속 대응해왔다. 그렇게 질주해 온 지금 과연 일자리 창출의 대안을 갖고 있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우리는 어디에서 일하고, 어떤 방식으로 일해야 하는 것인가. 그동안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던 서비스업을 이제는 새로운 눈으로 보아야 하지 않을까.

 서비스는 사람이 중심이며, 여성들이 주도하고 있다. 서비스산업 가운데 전화서비스인 콜센터산업은 그동안 어느 누구의 애정과 따뜻한 관심을 받은 적이 없다. 불경기에 많은 사람에게 일자리를 만들어 주고 내수산업으로서 정당하게 대접받고, 나아가 젊은 사람이 도전하는 고급 서비스산업으로 발돋움할 시점이 아닐까 한다.

 콜센터산업은 내년까지 5만명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 현재 전국에 35만명이 콜센터산업에 종사하고 있다. 특히 지방은 10만명 규모로 지역경제에 한몫을 톡톡히 담당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연간 100억원 매출에 고용인원은 400명 안팎이어서 매출액 대비 고용창출 여력이 어느 산업보다 대단히 높다. 콜센터의 네 분야에서 내년까지 5만명 일자리 만들기를 제안한다.

 첫째, 행정서비스 분야에서 1만명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 서울특별시의 다산콜센터 사례처럼 정부와 공공기관이 솔선수범해 국민에게 양질의 행정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콜센터를 신설 또는 증설해 굳이 방문하지 않고 전화 한 통화만으로 민원을 해결할 정도의 수준 높은 전화상담을 정부와 공공기관이 앞장서서 실천하면 1만명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

 둘째, 기업이 전화서비스 자동응답시스템(ARS) 비율을 축소하면 2만명을 고용할 여력이 있다. 현재 중견기업 이상이 운영하는 콜센터는 20만명으로 추정하고 있다. 기업은 제한된 예산에서 고객상담하느라 넘쳐나는 전화를 ARS로 대체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기업이 콜센터 일자리 10%, 2만명을 늘리는 것이 가능하다.

 셋째, 기업의 텔레마케팅 활성화로 1만명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 기업은 다양한 마케팅 채널을 활용해 제품이나 서비스를 고객에게 판매하고 있다. 텔레마케팅 역시 정상적인 마케팅 채널의 하나며 저비용 고효율 채널로 깊이 자리잡고 있다. 최근 고객정보보호가 대단히 중요하게 다뤄지고 법규정이 점차 엄격해지고 있다. 사기전화 또는 비정상적인 전화마케팅을 배제하고 정상적인 텔레마케팅을 활성화할 수 있도록 관련 법과 제도를 정당하게 해석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면 1만명의 일자리를 충분히 만들어낼 수 있다.

 끝으로 새로운 분야 발굴 및 창업촉진으로 1만명 일자리를 창출한다. 콘택트센터는 병원, 회계 등 다양한 신규 서비스분야로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 능력 있는 40대, 50대에게 정부가 콜센터 창업을 적극 유도하고 초기부담금도 지원하는 방안도 고려할 만하다. 즉 50명 규모 콜센터를 200개 창업하면 1만명의 일자리를 새롭게 만들 수 있다.

 다만 환경미화원의 사례처럼 콜센터 상담 역시 직업 안정성과 전문성 때문에 젊은 고급인력이 도전하는 직업으로 재조명돼야 한다. 불황일수록 지방경제가 더 어렵게 마련이다. 지방에서는 고급인력이 콜센터에 많이 도전하고 있다. 콜센터 지방이전 특별지원책이야말로 가뜩이나 어려운 지방경제에 구원투수가 될 수 있다. 고객을 제대로 모시고, 사람과 사람의 소통을 귀하게 여기며, 한 사람 한 사람의 개성과 창의성을 존중하는 ‘서비스세상 만들기’가 이번 불황이 우리에게 준 과제며 기회다.

 강정환 에이치유서비스 사장 tikang21@par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