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이제는 우리도 글로벌 미디어기업으로 간다](https://img.etnews.com/photonews/0908/090828030732_236592299_b.jpg)
지난 7월 22일, 여야 간의 충돌 속에 미디어관련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신문과 지상파방송·케이블TV 등의 매체 간 겸영이 가능해지면서 국내 미디어기업의 경쟁력을 제고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제 한국에서도 세계적인 미디어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글로벌 미디어 기업이 나올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는 평가다.
미디어관련법이 지향하고 있는 글로벌 미디어기업이란 무엇인가. CNN을 운영하는 타임워너, ABC방송을 소유하고 있는 월트디즈니, 폭스뉴스를 갖고 있는 뉴스코퍼레이션, 독일의 베텔스만, 일본의 소니 등을 들 수 있겠다. 이들의 규모를 보면 2008년 연간 매출액 기준으로 타임워너는 50조원, 월트디즈니는 40조원에 달한다. 이는 우리나라 MBC, SBS 연간 매출액 6000억∼7000억원의 약 70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이들 모두 포천지가 매년 선정하는 세계 500대 기업에 포함돼 있음은 물론이다. 이들 기업들은 1980년대 이후 인수합병을 통해 신문, 방송, 영화, 출판, 음악 등 사업을 다각화하고 적극적으로 해외 시장에 진출했다. 또 거대기업화를 이뤄 규모 및 범위의 경제에 기초한 글로벌시장에서 경쟁우위를 확보했다. 원소스 멀티유스(OSMU) 전략을 실행할 수 있는 글로벌 유통 거점을 확대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떠한가. 국내 지상파방송사로서 세계에서 100위권 안에 포함된 방송사가 하나도 없는 게 현실이다. 정보통신 부문에서는 세계적 기업이 있는데 왜 방송 부문에선 세계적 미디어기업이 없는지 진지하게 고민해 보아야 한다.
첫째, 물론 가장 큰 이유는 정부의 규제다. 최근 미디어 산업은 기술의 융합 과정에서 신규미디어가 출현하고 혁신적인 변화를 겪고 있다. 그러나 그간 소유규제·내용규제 등 많은 규제로 인해 우리나라 미디어기업들은 새로운 환경 변화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둘째, 우리나라 방송산업의 시장규모는 2007년 기준 10조5344억원으로 미국시장의 5.3%에 불과하다. TV 침투율은 거의 100%에 달하며 유료방송 가입률이 90%가 넘어 방송 시장이 포화상태다. 국내 미디어업계는 주로 국내 시장만을 대상으로 제한적인 경쟁을 벌이고 있고 그나마도 규제 장벽으로 규모의 경제 면에서 본다면 선진기업과 도저히 경쟁할 수 없는 실정이다. 셋째, 방송콘텐츠 수출은 한류를 계기로 한때 증가했지만 최근에는 다시 주춤한 상황이다. 2008년 기준 방송 수출액은 1억8000만달러로 2008년 총수출 규모의 0.04%에 불과하다. 한류 열풍과 함께 급격한 성장을 실현한 것처럼 보였지만 국가의 새로운 성장동력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초라하다. 넷째, 국내 콘텐츠 제작사의 취약성으로 인해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대형 프로그램 제작이 어려운 상황이다. 850여개에 달하는 독립 제작사 중 절반 정도가 자본금 1억원 미만이고 제작 인력이 10명 이하로 영세한 규모다. 이런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미디어산업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글로벌화에서 찾아야 한다. 이미 한류로 우리나라 방송 콘텐츠의 저력을 확인했고 이를 바탕으로 아시아 및 세계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는 글로벌 미디어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그간 드라마 ‘대장금’ ‘겨울연가’ 등의 한류 콘텐츠를 개발한 경험을 갖추고 있다. 온라인게임이나 휴대폰 등 세계 정상권의 정보통신(IT) 산업을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력과 자본을 결합해 콘텐츠를 제작한다면 세계시장에 통하는 글로벌 미디어기업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다행히도 이번 미디어관련법 개정으로 신문 방송 겸영과 대기업 방송 진출이 허용됐다. 미디어 산업에 신규 자본이 유입되고 이를 통해 미디어 산업의 발전이 가능해졌다. 방송통신 융합기술에 기초한 새로운 서비스 모델이 본격화되면 글로벌 미디어그룹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 글로벌화된 우리 기업이 선진 미디어기업과 대등하게 경쟁하는 수준이 될 때 진정한 선진국으로 도약이 가능할 것이다.
이광철 홍익대 경영대교수·前 정보통신정책학회장 kclee@hongi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