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LG가 다음 달 말부터 LCD 패널을 상호 구매·공급하기로 합의했다. 대·대 상생 모델로 수년 전부터 준비해 온 일이 결실을 보게 됐다. 크게 환영할 일이다. 이번 패널 교차구매는 2007년 디스플레이산업협회가 출범한 이후 대대 기업 간 상생협력 사업으로 추진돼 지난 2년간 논의를 거쳐온 것으로 이번에 결실을 얻게 된 것이다.
일반적으로 상생하면 대기업과 협력업체의 관계로 규정짓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대기업 간의 협력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대기업 간의 반목이 있는 한 협력업체는 대기업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협력업체에 삼성 진영과 LG 진영은 일반화된 사실이다. 협력업체 줄 세우기에 목을 매는 협력업체로서는 양사간 동시 공급은 가장 현실적인 꿈이었다.
따라서 이번 교차구매가 더욱 뜻깊은 것은 양사의 협력 외에 종소기업의 입지를 넓혔다는 것이다. 교차구매가 첫걸음이지만 향후 협력업체들 간의 동시 공급이 이루어지면 대-대, 대-중소 협력의 새로운 장이 열리게 된다. 이번 교차구매의 가장 큰 의미다.
실질적인 이익도 있다. 수직 계열화한 LCD 업계의 장비·부품소재에 교차구매를 하게 되면 연 8300만달러의 무역수지 개선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의 대표 IT상품이 양사 간 협력으로 무역수지에 기여한다는 것만으로도 의미는 충분하다.
최선의 경쟁은 협력이다. 교차구매 합의에 2년이나 걸린 것은 그만큼 서로에 대한 견제가 있었음을 뜻한다. 하지만 합의가 이뤄진 후에 더욱 빠른 협력관계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상생의 모든 물꼬가 이번 교차구매 합의로 통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