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녹색생활이 녹색산업 키운다

[ET단상]녹색생활이 녹색산업 키운다

 최근 발표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에 따르면 지구의 기온은 이번 세기 말까지 최대 섭씨 6도까지 높아질 전망이다. 겨우 여섯 눈금에 불과하니 6도는 대단치 않게 여겨질 수도 있다. 그러나 산업혁명 이후, 150년간 지구 평균온도가 불과 0.8도 상승했음에도 현재 지구가 온난화로 몸살을 앓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6도는 곧 환경재앙을 의미한다. 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는 현장은 곳곳에서 드러난다.

 아프리카의 거산인 킬리만자로의 만년설이 녹고 있고, 수세기를 지켜오던 안데스의 빙하도 지난 수십 년간 4분의 1이 사라졌다.

 한반도도 예외는 아니다. 올 여름 장마는 예년과 달리 집중호우로 변해 재해 수준의 물 폭탄을 투하했고, 해수온도 상승으로 한반도 전역에 몰려든 해파리 떼는 어민들은 생업까지 위협했다. 이렇듯 환경은 우리에게 지구 온난화라는 어려운 숙제를 던져주고 있다. 0.8도의 상승을 간과한다면, 이를 넘어선 상황에서는 우리는 어쩌면 숙제를 풀지 못할지도 모른다. 다행히 정부, 기업, 소비자 등 사회전반에서 지구 온난화의 심각성에 대해 인식하고 있다.

 특히 일반인들의 반응 속도는 더욱 빠르다. 제품 생산 시 환경을 고려할 것을 요구하고 있고, 구매할 때는 친환경상품을 찾고 있다. 구매상품의 탄소성적을 확인하고 기업의 친환경활동도 눈여겨보고 있다. 국민들의 녹색소비와 녹색생활에 대한 높은 관심이 녹색기술과 녹색산업을 육성시킬 필수 양분이 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도 녹색생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 8월 15일에는 저탄소 녹색성장 선포 1주년을 맞아 녹색성장에 대한 국민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녹색성장 체험관’을 개관했다. 국민이 생활속에서 녹색성장에 대한 중요성을 깨닫고, 의식을 변화시켜나가야만 녹색성장전략이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만든 체험관이다.

 그린홈·녹색교통·그린에너지·녹색국토·그린오피스 등 총 6개의 테마로 구성돼 있으며 태양광·풍력·그린카·이산화탄소포집저장(CCS)·원자력·수도권 매립지 등의 다양한 아이템을 전시, 녹색생활의 체감도를 높일 수 있는 공간으로 마련됐다.

 이 체험관에는 생활 속의 녹색실천의식을 고취하기 위해, 자전거 페달을 밟을 때 발생하는 전기로 휴대폰을 충전하고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발전기도 있고, 기업에서 개발한 녹색제품들과 가정용 탄소계산기도 설치돼 있다. 녹색성장 정책에 대한 국민의견을 청취할 수 있는 자유발언대(Green Speech)도 마련해놓았다.

 이명박 대통령도 지난 10일 라디오 연설에서 녹색기술보다 더 중요한 것은 녹색생활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녹색성장이 곧 생활 속 실천으로 이뤄짐을 강조한 대목이다. 새로운 기술 개발도 중요하지만, 국민이 생활속에서 녹색환경이 중요성을 인식하지 않으면 녹색성장은 불가능하다.

 이와 함께 대부분의 에너지를 수입하고 있는 우리나라가 국내 에너지 사용량을 10%만 줄여도 한해 10조원 이상을 절약할 수 있어 녹색생활을 실천하는 국민 한 사람이 제 5의 에너지라며 역할을 강조키도 했다.

 이제 녹색생활은 단순히 실천운동이나 캠페인이 아니다. 경제의 범주를 넘어 인류가 지구와 함께 공존하는 일이다. 정부는 녹색생활 활성화를 위한 환경을 조성하고 기업은 친환경제품을 생산하며, 소비자는 녹색생활 실천에 팔을 걷어야 한다. 진정한 녹색성장은 우리들의 손끝에서 이뤄지는 작은 실천을 통해 시작되기 때문이다. 녹색성장은 녹색생활에서 나온다.

 김상일 한국환경산업기술원장 sangilk@keit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