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른 백만장자는 방대한 자료보다 직감을 믿는다. 직감은 그동안 쌓인 경험의 총체기 때문에 짧지만 통합적이고 강하다. 요즘같이 바쁜 세상에 시간과 돈을 절약하기 위해 직감을 중시 여기는 것도 반대할 수는 없다. 국 맛은 한 국자만 떠봐도 알 수 있는 것처럼 척보면 안다는데 얼마나 효율적인가. 눈 깜짝하는 첫 2초 동안 무의식에서 섬광처럼 보내주는 순간적인 판단력이라면 믿어봄 직하다. 하지만 복병도 있다. 적중률이 떨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첫인상은 너무 좋은데 보면 볼수록 실망시키는 사람도 있고, 처음엔 영 아닌 것 같은데 가면 갈수록 매력적인 사람도 있다.
땅을 파면 맨 처음부터 맑은 물이 나오는 법은 없다. 처음엔 겨우 땅의 축축한 기운이나 만나게 될까 우물이 도통 아닐 성싶다. 그래도 인내심을 갖고 더 파야 겨우 탁한 물을 만난다. 이 탁한 물을 넘어 달고 맑은 샘물에 이르려면 많은 삽질이 필요하다. 사람을 만날 때도 비슷하다.
게으른 백만장자는커녕 부지런해야 할 소시민이면서 경험도 없이 경험의 총체를 믿는다는 것은 섣부르다. 직감도 무시하지 말아야 하지만 천천히 꾸준히 섬세하게 살펴볼 필요도 있다. 사람과 어울릴 때는 말보다 발이다. 절대적 시간도 안내고 상대적 평가를 한다는 것은 위험하다.
우물의 진가는 깊고 오랜 삽질에서 나온다. 첫인상도 많은 시행착오와 삽질로 적중률이 올라간다. 아직 깊이 판 것도 아닌데 외모나 말투만 보고 그 사람이 어떻다고 평가하는 것은 말리고 싶다. 또, 첫인상만 좋게 포장하려 하기보다 내 진짜 인성을 가꾸어야 한다. 처음 만날 때는 ‘좋은 첫인상’을 주려고 목을 매면서 계속 만나면 내 진심과 품성이 금방 들통이 나버린다면 좋은 첫인상은 되레 실망이라는 반격을 날린다. ‘좋은 첫인상’보다 ‘정확한 첫인상’을 만들자. 잠깐 튀려고 하지 말고 오래 돋보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