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 과학비즈니스벨트 특별법 제정을 고대하며

[ET단상] 과학비즈니스벨트 특별법 제정을 고대하며

 우리 과학계가 당면한 문제점 중 하나는 이공계 기피 현상이다. 고등학교 과정에서는 힘들고 어려운 이공계 학과나 대학 진학을 꺼리고, 이공계 대학에서는 학생의 전공 외 분야 진출이 두드러진다. KAIST 자체 조사 결과에 의하면 64%에 이르는 학생들이 타 분야 진출을 고려 중이고, 이들 중 대부분의 학생이 타 분야 진출을 ‘더 안정적인 직장’ ‘더 나은 보수’ ‘더 나은 사회적 지위’를 위해서라고 답했다고 한다.

 급격한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선진국과 연구개발 역량의 격차가 점차 확대되는 현실에서 이러한 이공계 기피 현상은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이공계 기피 원인 중 하나로 과학기술에 대한 우리 사회의 부정적 인식과 낙후된 연구환경을 꼽을 수 있다. 과학기술이 인간성을 말살시키고 자연을 파괴하는 것이라는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고 있고, 이공계에 진학해서 과학기술자가 됐을 때 사회적 대우와 역할 등이 학업과정의 고단한 노력과 시간, 비용에 비해 매우 낮기 때문이다.

 정부가 과학자를 존경하고 우대하는 사회적 풍토를 만들고 국가 과학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구체적 노력과 지원이 부족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더욱이 재외 한국 과학기술인의 외국 체류 이유로 ‘근무여건이 좋다’거나 ‘전문성 신장에 좋아서’라는 응답이 50%에 이른다는 교과부의 연구 결과를 보면 정부의 더 큰 노력과 과감한 투자가 필요함은 자명한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가 2015년까지 3조5000억원이라는 단군 이래 최대의 과학투자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이는 창조적 연구환경 조성으로 세계 두뇌를 모으고, 기초과학과 비즈니스가 융합된 국가성장 네트워크인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를 구축·지원하는 사업이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사업의 핵심은 기초과학연구원을 설립해 국내외 석학급 연구자와 젊은 과학도들이 미래 경제·사회·문화에 파급될 기초과학 분야를 연구할 기회를 주는 것이다. 대학이나 기존 연구소는 연구장비 부족, 단기적 성과 위주의 연구 등 여러 제약으로 인해 기초과학 분야 연구를 수행하기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다. 하지만 기초과학연구원에서는 2015년까지 국내외에 50개 정도의 연구단을 설치해 연구단장에게 연구에 관한 전권을 부여하고, 연구단별 연평균 100억원 안팎의 연구비를 지원할 계획이다.

 첨단산업단지를 유치하고, 인근지역의 교육·연구·산업단지와 유기적인 연계를 이뤄 기초연구 성과가 사업화될 수 있는 환경을 함께 조성할 것이다. 과학자의 연구 성과가 사업화를 통해 경제적 성과로 창출되고 이것이 국가 성장동력이 돼 과학기술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가 이루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정부는 이와 같은 세계적 수준의 과학 인프라를 조성해 국내외 우수 과학 두뇌를 유치하고, 이로써 우리나라의 젊은 과학도들이 세계적 우수 과학 연구인력으로 양성되는 비전을 그리고 있다.

 정부의 이러한 노력과 투자가 단순히 이공계 기피 문제 해결 차원을 넘어 국가 과학발전이라는 근원적 취지를 충분히 달성하기 위해서는 범국민적 참여와 지지가 필요하다. 특히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조성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하루속히 제정될 수 있도록 정치권의 협조를 요청한다.

 과학기술계는 자신의 연구 분야에 매몰돼 연구과제 수주나 정년 연장 등 개인적 연구환경을 개선하는 데 집중하기보다는 이러한 공동의 목표에 누구보다 적극적인 참여와 지지를 보내주기를 기대한다. 이공계 학생들이 타 분야로 이탈하는 현장에서 이들을 설득하고 과학기술의 비전을 제시해 국가와 사회발전의 역군이 되게 하는 것은 바로 우리 과학기술계의 몫이다.

 이종섭 서울대 자연과학대학장 jongslee@plaza.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