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법원이 케이블TV 최대 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을 제한해온 연방통신위원회(FCC)의 ‘케이블법안’에 제동을 걸었다. 그동안 이 법안으로 규제를 받아온 컴캐스트가 경쟁사 인수 등 본격적으로 몸집 불리기에 나설 것으로 예상돼 미국 미디어시장에 한바탕 폭풍이 예고됐다.
워싱턴포스트는 미 컬럼비아 특별구 항소법원이 컴캐스트의 이의 제기를 받아들여 케이블TV 최대사업자의 점유율 및 소유를 제한해온 관련 규정을 폐지하라고 판결했다고 31일 전했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독단적(arbitrary)이고 변하기 쉬운(capricious) 규정”이라고 언급했고, 컴캐스트는 “법원이 우리의 정당성을 입증했다”면서 “급변하는 미디어 시장에서 소비자의 선택권은 더 넓어질 것”이라고 환영했다.
율리우스 게나촙스키 FCC 위원장은 “법원의 결정을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추가적인 법적 절차에 나설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문제의 규정은 1992년 FCC가 마련해 의회의 인준을 받은 케이블법안에 속한 것으로, 케이블TV 사업자의 미디어 독점을 막기 위해 시장점유율 30%를 기준으로 추가 인수 및 합병을 하지 못하도록 돼 있다. 컴캐스트의 케이블TV 시장점유율은 25%로 약 2400만가입자를 보유했으며, 2위는 타임워너케이블(약 1300만가입자)이다.
컴캐스트는 이미 디렉TV(약 1800만가입자)·디시네트워크(약 1360만가입자) 등 위성TV 업체뿐만 아니라 버라이즌커뮤니케이션스·AT&T 등 통신사업자까지 유선 미디어 시장에 진출한 상황에서 케이블TV사업자에만 국한해 점유율과 소유를 제한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규정이라며 법원에 철회를 요청한 바 있다.
스탠퍼드 C 번스타인의 크레이그 모페트 애널리스트는 컴캐스트가 조만간 310만명의 가입자를 보유한 케이블비전시스템을 인수하는 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