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1, 한·아세안특별정상회담 모두 발언에서 이 대통령은 ‘개발협력, 문화·인적교류, 저탄소 녹색성장’ 3개 분야에 걸친 대(對)아세안 공약을 발표했다. 이 대통령이 공들여온 ‘신아시아 구상’의 밑그림으로 우선 아세안 국가들에 대한 우리 정부의 공적개발원조(ODA) 규모를 2015년까지 3억9500만달러로 지금(1억5500만달러)보다 두 배가량 늘리겠다면서 “각국에 맞춤형 지원을 제공해 나가겠다”고 발표한 것과 관련해 정부의 공적개발원조(ODA) 규모 확대정책에 개도국 비주류 여성 참여를 지원하는 데 한국정부의 적극적 지원이 요구된다. 개도국 빈곤층은 대부분 여성이므로 빈곤여성을 지원하는 일은 개도국 지역사회와 가족 전체를 지원하는 것이며, 여성의 경제력 향상은 가족뿐 아니라 지역·국가·글로벌 경제발전에 기여하게 되는 것이다. 대통령 영부인이 세계 인구의 3분의 1이 아시아 여성이므로 ‘아시아 여성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끌어 낼 수 있음’을 강조한 것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최근 인도네시아 과학기술원(LIPI)과 한 연구 과제를 수행하면서 2005년부터 우리나라 농촌을 중심으로 활발히 추진해온 디지털새마을운동의 일환으로 ‘정보화마을 성공모델’이 개도국 지역정보화의 성공모델로 적용, 관심이 집중되는 것을 보게 됐다. 인도네시아 중부 자바섬 바다에 있는 소도시인 프칼롱안시는 인구 25만명으로, 인구의 70%가 인도네시아의 대표 직물산업인 바틱산업에 종사하고 있다. 이 가운데 여성 인구의 90%가 바틱산업에 종사하며, 프칼롱안시 전체의 37%가 빈곤층이라면 아주 열악한 환경으로 보인다.
인도네시아 정부에서는 한국의 정보화마을 성공모델을 프칼롱안이라는 바틱으로 특성화된 작은 도시를 선택해 현지의 각 부처가 협력, 인프라를 지원하고, 정보화 마을조성과 함께 e비즈 성공모델 도시로 만들어 다른지역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자카르타에서도 기차로 반나절을 타고 가서 꼭 하룻밤을 묶어야 하는 이 작은 도시에 한국의 정보화마을 성공모델을 적용하는 것에 관한 연구가 사례로만 그치지 않고 실현이 가능하게 절차를 밟아 나가는 것은 인도네시아에 거주하는 열정적인 한 분의 한국 여성 덕분에 가능하게 됐다.
자카르타에 거주하면서 인도네시아대학 한국어강사로 활동 중인 연구코디네이터 임경애씨는 자카르타에서 가장 바쁜여성가운데 한 사람이다. 4년 전 아태여성정보통신원에서 수행한 ‘APEC 여성의 디지털경제 참여를 위한 이니셔티브’사업을 위해 인도네시아 여성기업인에게 ICT & e비즈니스 연수에서 현지 코디네이터로 자원봉사를 지원한 것이 첫 만남이었다. 그때부터 그는 인도네시아 관련, 한국에서 지원하는 국제사업에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고 자비를 들여서라도 기꺼히 지원해준 우리의 첨병이자 민간 외교관이었다. 그의 열정으로 인도네시아와의 ICT, 문화산업, 한류 등 많은 일이 순조롭게 이루졌으며 이번에도 연구사례로만 그칠 것을 실제 소도시 지역에 구현되는 성과로 이끌어 낸 것이다.
지난 8월 26일부터 사흘 동안 여성부 주최로 세계 한민족여성네트워크 행사에서 세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많은 재외동포 한국여성들과 만났다. 이들은 글로벌 시대에 소중한 국제적 인적자원으로 제2의, 제3의 임경애씨며 한국을 대표하고 국가브랜드를 높이는 현지의 민간외교관이자 우리문화를 대표하는 태극전사다. 세계가 좁아지고 평평해졌다는 세계화 3.0시대, 우리의 디지털새마을운동 깃발을 들고 현지의 한국 여성들이 신아시아의 리더로, 세계의 리더로 성장하기를 기대한다.
이은령 숙명여대 미래산업·문화사업 최고경영자과정 주임교수/alice@sm.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