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테인먼트업계에 인수합병(M&A) 가뭄이 지속된 가운데 이루어진 이번 디즈니의 ‘빅딜’에 관련 업계는 비상한 관심을 나타냈다.
전문가들은 경제 위기로 매출이 급감한 디즈니가 마블엔터테인먼트의 다양한 캐릭터를 활용해 돌파구를 모색하기 위함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주요 외신들은 디즈니가 실익을 얻기 위해 풀어야 할 실타래가 만만치 않다고 전했다.
◇미키마우스, 스파이더맨과 한솥밥=월스트리트저널은 불황기에 ‘큰손’ 디즈니가 적지않은 프리미엄을 붙이면서까지 마블을 인수한 의미를 조명했다.
이번 계약으로 마블 주주들은 주당 현금 30달러 외에도 마블 주식 1주당 디즈니 주식 0.745주를 배당받게 된다. 지난 금요일 주가 기준으로 이번 거래는 마블 1주당 50달러짜리로, 29%의 프리미엄이 붙은 것이라고 외신은 전했다.
이에 대해 톰 스택스 디즈니 최고재무담당(CFO)은 “마블은 디즈니 바깥에 있을 때보다 디즈니가 흡수했을 때 더 큰 가치를 발휘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할리우드는 최근 주요 수입원이었던 DVD 판매량 감소로 비디오게임·장난감·의류 등 부가수입으로 눈을 돌려왔다.
디즈니 역시 마블의 5000여 캐릭터를 200%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디즈니는 마블의 ‘아이언맨’ ‘토르 앤드 캡틴 아메리카’ 등에 등장하는 액션 캐릭터들이 기존에 디즈니가 흡수하지 못했던 젊은 남성팬들을 끌어들일 수 있다는 계산이다.
마블의 만화사업을 활용한 수익 창출도 기대했다. 디즈니의 케이블채널인 ‘디즈니XD’에는 이미 마블 캐릭터가 등장하는 프로그램이 주당 20시간가량 방영 중이다.
디즈니는 마블이 홈비디오 시장의 정체를 만회할 구원투수로 등극할 것으로 예상했다.
로버트 아이거 월트디즈니 최고경영자(CEO)는 “시장 변화로부터 우리도 자유로울 수는 없지만 마블 인수로 브랜드나 캐릭터가 확실한 영화를 공급함으로써 견고한 입지를 다질 수 있게 됐다”고 기대했다.
◇득보다 실 많을라=그러나 업계에서는 디즈니가 마블에 쏟아부은 돈을 회수하기 이전에 넘어야 할 장애물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마블은 이미 디즈니 외에도 거의 대부분의 스튜디오와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
최근 ‘인크레더블 헐크’와 ‘아이언맨’과 같은 영화를 자체 제작하기 전까지 외주 제작에 의존해왔기 때문이다.
일례로 소니픽쳐스엔터테인먼트는 로열티를 지불하고 마블의 대표적 캐릭터인 ‘스파이더맨’을 소재로 한 영화를 제작할 수 있는 장기적인 권한을 갖고 있다.
애널리스트들은 마블이 이들 제작사로부터 영화 수입의 5% 이상을 가져오는 것으로 추정했다. 소니는 영화 ‘스파이더맨’ 시리즈 1∼3편으로 미국 시장에서 10억달러 이상을 벌어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뉴스코퍼레이션 계열 20세기폭스 역시 마블의 ‘엑스맨’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를 제작 중이다.
파라마운트는 마블스튜디오와 향후 ‘아이언맨2’를 비롯한 5개 영화를 전 세계에 배급한다는 계약을 불과 일 년 전에 체결했다.
마블 입장에서도 지난해부터 자체적으로 영화를 제작하면서 벌기 시작한 매출을 디즈니와의 결합 이후에도 챙길 수 있을지 주판알을 튕겨야 할 상황이다.
마블의 캐릭터 라이선싱 수입은 지난 2000년 매출의 8%에서 지난해 43%로 치솟았다.
지난 2007년 이후 마블이 ‘스파이더맨’ 캐릭터 라이선싱 수입으로 번 돈은 1억8800만달러에 달했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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